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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의 일기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요청되는 사막이며, 그 사랑은 긴 시간을 거쳐 공들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가 긴 편력 끝에 순진함을 지불하고 얻은 소득이었다." 이 말은, 선생님의 신간의 138쪽에서 담은 이 글은, 그의 번역으로 나온 [어린 왕자](열린책들, 2015)의 역자 해설에도 실려 있다. 유월은 그런 달이었다. 이미 읽은 문장에서 느낀 안전한 감정에 기댔고, 낯선 도전보다는 선생이라 느낄 만큼 신뢰하는 이의 텍스트에 기댔으며, 극장에서 만나는 신작보다 모르는 영화보다 안다고 여기는 영화에 빠져 들기를 희망했다. 읽은 시집을 다시 들고 다녔으며, 필사한 적이 있는 문장을 반복해서 꺼내곤 했다. 이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독보다는, 더 이상은 불안하고 싶지 않았기 때.. 더보기
어느덧, 유월 마지막 날 글이나 영화 등 누군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대상을 통해 그 사람의 세계를 좋아하게 되는 일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 이유란 어디에도 없다고 믿는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의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을 선생님이라 여기고, 마음의 선배라고 여기게 되는 일을 나는 많이 겪어왔고 또 겪고 있다.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들도 내게는 그런 의미가 되었는데, 와 에 이어 마침내 을 통해서는 그것에 거의 확신과 같은 것을 품게 되었다. 다시 본 영화는 처음 이상 좋았고, 이 영화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변함없으리라 믿을 만한 신뢰가 생겼다. 오늘의 메가토크는 그동안 다녀본 것과는 확연히 다른, 참가자들의 서로에 대한 우정과 신뢰가 듬뿍 느껴졌는데 그것은 존재만으로 현장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폰으로 제대로.. 더보기
영화 '변산'(2018) 삶을 고쳐 쓴다는 것의 의미는 바탕을 완전히 지우고 처음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내 삶은 이렇게 평생 '남들처럼'도 못 되고 하고 싶은 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저 불행하기만 할 거라고 주저앉는 대신, 내가 앉은 자리가 과연 어디인가를 치열하게 둘러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없던 것을 고쳐 쓰는 게 아니라 있는 것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학수'와 '선미'가 영화 에서 보여주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포장이 아니라 날것의 존재다. '넌 있는 그대로 무조건 괜찮아'가 아니라, '넌 여기까지가 아니라 조금 더 멀리 걸을 수 있어'인 것이다. 영화 중반 '학수'와 '선미'가 길을 걷다 만나는 어느 버스킹 뮤지션의 노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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