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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들 집을 나서기 전 우산을 뒤집을 듯 비가 쏟아지더니 지하철역에 다다르니 비를 맞고 걸어도 될 만큼 잦아드는 일길을 가다 눈이 따끔한 느낌이 들어 닦아내고 보니 검은 눈물이 흐른 것처럼 날파리 하나가 부딪혀 죽어 있는 일길게 줄을 서서 받는 어떤 경품이 딱 내 앞에서 소진되는 일새로 꺼낸 신발이 맞지 않아 뒤꿈치가 벌게져서는 밴드를 붙였는데 붙인 자리 바로 위가 까지는 일종이책을 샀다는 걸 잊어버리고 같은 책의 전자책을 또 구입하고는 그걸 다 읽고서야 종이책의 존재를 깨닫는 일그런 일들은 예고가 없으므로 그런 일일 수 있다그런 일이 일어나는 날은 단지 어느 날이다어떤 일을 그저 어느 일로 생각할 수 있으려면 그것들에 마음의 기척을 두지 말아야 하겠다집 앞에 누가 버린 곰인형에 처음에는 무슨 사연일까 마음이 .. 더보기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어느 대화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게 늘 마지막인 것 같아"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런 말도 했다. "'오래된'이란 말보단 길게 만난'이 더 좋아." 삶의 태도란 그런 사소한 언어에서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메모하는 습관을 오래전에 버렸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도중 노트와 펜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적으면서 느꼈다. 삶을 살아가듯 삶을 사랑하듯 영화가 삶과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더 사랑해야지. 장 뤽 고다르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를 만나지 못해 상심한 아녜스에게, JR이 말한다. "우리 호수 볼까요?" 영화가 끝나자, 정말로 호수가 펼쳐졌다. 한 가지 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란 국내 개봉용 제목. 작품의 의미를 조금도 놓치지 않고 살리면서도 원제.. 더보기
'조제'와 '츠네오'를 보면서, '좋은 이별'에 대해서 생각하다 얼마 전 '좋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난 날의 일들을 안주 삼아 거닐었던, 그 대화의 답은 '과연 그런 게 어디 있겠냐'는 것이었고 대화의 주된 화제는 그것 자체가 아니라 거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것이었지만, 며칠 동안 나는 그 단어에 대해 더 생각했다. 좋은 이별. 이별은 좋은 것일 수 있는가. 평생에 사랑은 단 한 번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어도, 헤어짐은 겪기 힘든 것이며 가능한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전에 '헤어지면 어떡하지' 싶어지는 그 불안을 나 역시 헤아릴 수 있다. 그러니 질문을 조금 고쳐 적어야 하겠다. 이별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 혹은 가장 좋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태도는 과연 무엇일까. (...) (중략) (...) 지나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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