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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흔적 없는 삶'(2018) 작년에 가지 못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올해에는 꼭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폐막하기 하루 전에서야 가능했다. 사전에 예매를 하지 못했고, 줄거리를 읽어보면서 상영 시간이 알맞은 작품을 현장에서 고른 것이 (2018)이었다.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다 보니, 오늘날의 제니퍼 로렌스를 발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2010) 등 주로 여성 주인공의 영화를 쓰고 연출해 온 데브라 그래닉이라는 감독이었다. (으로 그녀는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처럼 역시 원작이 있다.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소설 [My Abandonment]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끝자락에 위치한 광활한 삼림 지역, 포레스트 파크에서 몇 년간을 숨어 지내온 10대 소녀와 그의 아버지. 작은 실수 때문에 삼림.. 더보기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이유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건, 실은 한 번만 보고도 술술 그 영화를 분석해내는 이들이 부러웠기 때문이고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 같은 영화를 그렇게 극장에서 많이 봤던 것도 그래서다. 좋은 것을 더 잘 좋아하고 싶어서. 무작정 반복해서 장면과 대사를 복기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더 많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을 극장에서 여섯 번이나 보고서야, 그걸로 모자라 원작 소설을 두 번 읽고 나서야, 그제서야 영화와 책을 아우르는 글 하나를 더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느리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말보다 글이 앞서고 글을 적을 때면 늘 이게 맞을까 망설이는 사람이라서. (2018.05.16) 더보기
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 삶과 세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 단어를 꾸미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숙고하여 만들어 낸 담백하고 숙연한 사색들. 책에서는 투병, 장애, 불편, 그런 단어들이 드리우는, 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길 법한 비관적인 구석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누리게 된 모든 것을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동생과 함께 명동의 옷 가게를 찾았다가 겪은 일화가 다뤄진다. 문턱이 높아서 자신은 가게 밖에서 (옷을 고르는 동생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목발을 짚은 자신을 구걸하는 거지로 오인해 내쫓으려 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는 "신체 장애는 곧 가난, 고립, 절망, 무지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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