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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링클레이터

[1인분 영화] ‘보이후드’ – 삶은 어째서 픽션이 아닌가(하) (2020.10.28.) (...) 사람의 삶이 어차피 우주적 범주로 볼 때 한낱 먼지이자 찰나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이 나중에 뭔가 있을 거라는 희망 아래 지속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떠나간다는 것. 에는 그런 대목이 많습니다. ‘올리비아’가 두 번의 재혼과 이혼을 반복하면서 ‘메이슨’과 친해졌던 이복 남매들은 물론 가족처럼 다가왔던 의붓 아빠(들)도 지나간 존재들이 됩니다. 영화에서 이들의 삶을 더는 보여주지 않지만 ‘메이슨’의 유년을 거쳐갔던 그들의 삶을 가지고도 누군가는 영화 한 편을 찍을 수도 있겠지요. (...) (2020.10.28.)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0월호 열두 번째 글은 '삶은 어째서 픽션이.. 더보기
[1인분 영화] ‘보이후드’ – 삶은 어째서 픽션이 아닌가(중) (2020.10.26.) (...) 여섯 살 ‘메이슨’에게 주어진 환경은 대략 이런 것입니다. 누나가 있고 엄마와 살고 있으며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별거 중으로 가끔씩 찾아와 남매와 주말을 보냅니다. 소년은 가족과 함께 살고 학교에 다니며 이것저것을 배우고 자랍니다. 보이지 않는 사이 조금씩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질문도 생기며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도 해요. 이사를 다니면서 친구와 헤어지고 친구를 사귀며, 엄마의 재혼으로 이복 형제 자매가 생기기도 합니다. 의 마법은 여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섯 살 때 엄마가 재혼을 하고 여덟 살 때 이사를 하고 열 살 때 아빠가 카메라를 사주고 열세 살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여섯 살의 한가운데로 잠시 스며들었다가 이내 일곱 살의 어느 날로 이동해 있.. 더보기
[1인분 영화] ‘보이후드’ – 삶은 어째서 픽션이 아닌가(상) (2020.10.23.) (...) 픽션과 픽션이 아닌 것의 차이와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한 편의 영화를 언급해야 한다면 (2014)야말로 가장 적합한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관해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한번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같은 배우들을 데려와 매년 조금씩 찍어서 12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 의 시나리오는 매년 조금씩, 그것도 촬영을 앞두고 그에 임박해서 쓰였습니다.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태로요. 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입니다. 일반적인 극영화는 짜인 각본에 따라 만들어지므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알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 더보기
리처드 링클레이터, '에브리바디 원츠 썸!!'(2016) 세상이 영원할 것처럼 놀고 마시는 향락의 파티도 아침이 되면 끝나야만 하고, 학교는 개강을 한다. 대학 신입생이 된 그들은 몇 번의 길고 짧은 연애를 할 것이고, 야구부 활동을 하는 동안 좋은 성적을 내거나 그렇지 못한 성적을 낼 것이다. 그리 오랜 삶이 아닐 수도 있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는 삶일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2016)의 인물들은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 같은데? 내일 전까진."이라는 맥레이놀즈의 말처럼, "자신을 예술과 삶에 맡기고 늘 함께하는 거. 바보처럼 보일 배짱을 갖는 거."라는 베벌리의 말처럼, 그리고 "요점은 신이 시시포스에게 고통을 줬다는 거잖아? 난 신들이 시시포스에게 집중할 걸 줬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했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과제를 준 거잖아. 남.. 더보기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중요한 장면 어제 씨네엔드 '월간영화인'에서 영화 (1995)에 관해서 중요하게 언급한 한 장면. ⠀ '셀린'(줄리 델피)과 제시(에단 호크)는 카페 안에서 서로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받는 역할극을 한다. '셀린'이 통화할 때 '제시'는 '셀린'의 친구인 것처럼 응답하고 반대일 때 '셀린'은 '제시'의 친구인 것처럼 흉내 내어 응답한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시선과 입장을 가정한 채로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것인데, 대화가 이어지고 난 뒤 통성명을 하고 대화가 깊어질수록 조금씩 속마음을 꺼내 보이는 (1995)에서 이 장면은 중요하다. 통화의 수신인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응답하지만 사실상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령 '셀린'은 "사실 나도 그때 같이 내리고 싶었어"라고 말하.. 더보기
[1인분 영화] ‘비포 선라이즈’ – 모두가 나쁜 사람이 아니게 되는 곳에서 (2020.06.29.) (...) 에는 제가 좋아하는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너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사이에 있을 거야. 원문은 이렇습니다. “I believe if there's any kind of God it wouldn't be in any of us, not you or me but just this little space in between.” (...) 그 말을 들은 ‘제시’는 한동안 말을 잇지 않고 가만히 ‘셀린’을 미소와 함께 바라봅니다. 어느 골목길. 아침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그 순간. 아마 ‘제시’는 지나온 그 하루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셀린’이 참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이 하루가 최대한 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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