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썸네일형 리스트형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메모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우리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낸다고,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혹은 야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자책한다. 샤마는 그 시에서 자기 가족의 자존심을 이카로스에 비유한다. "보라, 우리가 하늘에 너무 가깝게 솟아올랐다가 어떻게 추락했는지. 추락이 우리를 끝장내지 못할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 떨어지고, 저기 떨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오 허세부리디지, 너희 생각만큼 나쁠 리는 없으니.""(47쪽) "이코노미석으로 비행하며 고생해본 사람은 누구나 다오의 상황에 공감했다. 언론은 다오를 "승객", "의사", "사람"으로 지칭했으며, 애초에 그의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쟁점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취급됐다. 이 드.. 더보기 유계영 시인 산문집 '꼭대기의 수줍음'(2021, 민음사)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나 마음이 있다는 거 말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깊숙한 혓바닥을 닦을 때에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더욱 곤란한 것은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이 너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언제나 마음이 있다. 네가 마음이 쓸쓸하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너에게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내 마음을 뾰족하게 세울 때에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 각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의 인간은, 분명히 다른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침묵의 내부에 좁은 골목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작은 화분에 담긴 커다란 식물처럼 혀가 묶이기 시작한다." -유계영, 『꼭대기의 수줍음』 (민음사, 2021, 230쪽) ⠀ 책을 읽을 시.. 더보기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 조해진, 김현 (미디어창비, 2020) 조해진, 김현,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미디어창비, 2020) www.yes24.com/Product/Goods/96395667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 “구십구 방울의 슬픔이 아니라 한 방울의 기쁨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우리가 잃어버린 시절과 마음을 찾아서소설가 조해진과 시인 김현의 다정한 응답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으로 www.yes24.com "잃어버린 것에 관한 생각의 파도는 자연스럽게 잃어버려선 안 되는,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에 가닿지요. 어딘가에 잃어버린 것들이 쌓여 이룬 섬이 있다고 상상하게 됩니다. 잃어버린 영화나 잃어버린 편지를 찾아 떠나는 항해는 결국 이러한 깨달음을 남기지요.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김현, 5쪽, 프롤로그에서) "이 글을 쓰고 나면 저는 또다시 .. 더보기 이근화 시인의 신작 산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 더보기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붉음이 점차 짙어지는 순간을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맞이한다. 저녁이 밤에게 자신을 내어줄 때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이들은 시인이 된다. 박준도 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 이 세계와 만나는 자리에서 결국 우리들은 우리를 글썽이며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그래서 저녁이면 만나서 밥과 술을 먹고 서로 택시를 태워주며 헤어지다가 문득, 당신이 생각날 때. 그런 마음들이 애잔해지는 이런 시들을 쓰고 싶다. 바로 다음과 같은 시. (...) 그러니 세계야, 나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나의 간절한 것들의 깊은 눈을 모아다가 그냥 시를 쓸 거야. 그러니 세계야, 계속 날 불편하게 해줘. 내가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당신을 응시하며, 그리고 어제 해결하지 못한 눈물을 젖은 모자에 집어넣으며 그냥 쏘.. 더보기 허수경 시인의 밤 허수경 시인의 시와 산문, 소설을 주제로 낭독도 하고 각자의 이야기도 나눈 자리. 그동안 들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못했던 '서점, 리스본'에 드디어 걸음을 했다. (전부터 정현주 작가님을 뵙고 싶기도 했다.) 오늘 저녁의 대화는 세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예쁜 잔에 아담히 준비된 티를 마셨고, 누군가는 다과를 들고 오기도 했다. 어떤 책을 가져가면 좋을지 몰라 내게 있는 허수경 시인의 책을 다 들고 갔고 발문이 실린 박준 시인의 시집까지 가져갔더니 나는 어느새 '책을 제일 많이 가져온 사람'이 돼 있었고 치과 다녀온 이야기,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까지 화제는 어디로든 향했다. 각자가 읽은 시와 각자가 느낀 시인의 삶, 저마다의 일상과 사연들이 어우러져 결국은 그게 사는 얘기, 그리고 읽는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