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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2024년의 결산(문화 콘텐츠) 12월에 트레바리 [씀에세이-노트]의 연말결산 번개모임에서 썼던 것을 조금 추려서 남기는 뒤늦은 2024년 일부의 취향 기록.⠀올해의 문학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2024)⠀올해의 비문학김지원,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유유, 2024)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김현정 역, 원더박스, 2023)⠀올해의 문장"이 미래는 내 힘으로 거부할 수 있다. 내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한 번 느껴보고 싶었어요.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지는 못할지라도 원치 않는 미래를 거부할 수는 있겠죠.""방금 인생이 내게도 맥주 한 잔을 내밀었어요. 우리 낮술 마시러 가요. 내가 할 이야기가 생겼어요."-김연수, 「여수는 나의 힘으로」에서 (2024.07.23 미.. 더보기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https://brunch.co.kr/@cosmos-j/1382 홀로 ‘얼음’이던 때, “이제 땡이에요”라며 다가오는 윤성희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 윤성희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목을 매 죽거나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거나 남편이 죽거나 아버지의 친구가 죽는다. 죽 brunch.co.kr 윤성희 소설에는 수많은 죽음들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목을 매 죽거나 친구가 심장마비로 죽거나 남편이 죽거나 아버지의 친구가 죽는다. 죽지 않으면 다친다. 킥보드를 타다 넘어지거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다 차에 치이거나 운전 중 뒷차가 받고 그 충격으로 앞차를 받는다. 어떤 만남은 장례식장에서 일어나거나 장례식장 근처에서 일어난다. 그렇지만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더보기
글이 적힌 종이는 두 가지 시간을 살게 한다 글이 적힌 종이는 두 가지 시간을 살게 한다. 하나는 과거, 하나는 미래. 나는 그처럼 출판할 목적이 아니라 혹은 좋아요 버튼이 목적이 아니라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애정이 있다. 돈과 시선과 관계되지 않은 자기만의 창조적인 일을 해보는 것 자체가 자율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단어를 모색하게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을, 감정의 복잡함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자기가 결정한다. 어떤 문장으로 끝맺을지도 자신이 결정한다. 내적인 자유다. 독립성을 무엇보다도 중시한 모네가 수련과 정원 호수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를 그리면서 “여기서는 적어도 남들과 닮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네. 내가 경험한 것만 표현하면 되니까”라고 한 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더보기
우리말 어감사전, 안상순 (유유출판사, 2021) ‘감정’과 ‘정서’와 ‘감성’이 다르며 ‘명징’과 ‘명확’이 다르며 ‘사용’과 ‘이용’이 다르다. 그러니 내게 ‘뜻만 통하면 된다’라든지 ‘쉬운 게 좋은 것이다’ 같은 말은 거의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말 가운데 일부인데, 어떤 것과 어떤 것이 서로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운 말들이 분명 있다. 이런 궁리를 하던 중에 『우리말 어감 사전』(안상순, 유유, 2021)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됐다. 규범적으로 어휘 사용의 맞고 틀림을 엄밀히 나누는 책이라기보다는 30년 넘게 사전을 만들어 온 입장에서 실생활에서의 말의 용례를 따져 보고 각각이 지닌 어감에 있어서의 차이를 살펴보는 책에 가깝다. 예를 들어 상대의 감정을 두고 나도 그러하다고 느낄 때 ‘동감’은 좀 더 단선.. 더보기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읽기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읽기가 주는 역량에 대해 다시 얘기하면, 긴 글을 읽는 게 지루하고 재미도 없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를 간단하고 명료하게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며, 단순화되지도 않을뿐더러 단순화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선악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요. 학문의 세계에서는 복잡성의 과학 등이 등장하면서 진리는 단순하다는 인식을 경계하는 분위기인데,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진리는 단순하다느니 명료하게 인식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복잡한 현상을 복잡하게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것은.. 더보기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안 읽는 사람 최근 나름대로 정립해가면서 연구 혹은 고찰 중인 나만의 가설이 하나 있다. 요컨대 '인터넷에 악플을 달거나 타인을 모욕하고 험담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라는 것. (역은 물론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생각의 가지를 넓고 깊게 뻗어보려 노력하는 중. 약간의 힌트 혹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여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를 샀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저녁.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그래서 오늘도 생각한다. 쓰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읽는 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보기
[서점, 리스본]에서의 3월 '리스본 독서실'을 마치고 작년 11월을 시작으로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 [서점, 리스본]의 '리스본 독서실'을 3월에도 마쳤다. 이미 좋은 것을 더 좋다고 말해 무엇하나 싶다가도, 좋은 건 공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다시 후기를 남기게 된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헤아리기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책을 읽고, 오늘도 이야기를 나눈다. 타인으로부터, 내가 겪을 수 없는 경험을 공유하고 내가 해볼 수 없는 생각을 배우기 위하여. 그리하여 나는 4월에도 독서실 모임을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고, 그리하여 이야기는 함께 계속되고. (2019.03.22.) "모두가 너무나 다른 만큼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서로에 대해 대화와 경험이 부족할 때 이해의 과정은 더욱 험난해진다... 더보기
미야모토 테루 소설 '환상의 빛' 부산 아난티 코브에 있는 '이터널 저니' 서점에서 지난달 산 책을 이제야 펼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1995)의 원작인 '환상의 빛'을 포함한 네 편의 중단편이 실린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집. "예컨대 인간은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생의 무도한 불가해함은 가혹한 허방인 동시에 매일 몸을 일으켜 다시 살게 만드는 요염한 신기루 - 환상의 빛이라는 것."(김혜리 기자)이라는, 책 뒤표지 글의 일부를 가져다놓는다. 2년 전엔가 기획전으로 만나게 된,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 그의 데뷔작이었다는, 잘 이루어지기 힘든 경험을 안겨준 영화를 어렴풋이 떠올리면서. 단어를 넘기며 문장 사이로 시선을.. 더보기
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 삶과 세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 단어를 꾸미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숙고하여 만들어 낸 담백하고 숙연한 사색들. 책에서는 투병, 장애, 불편, 그런 단어들이 드리우는, 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길 법한 비관적인 구석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누리게 된 모든 것을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동생과 함께 명동의 옷 가게를 찾았다가 겪은 일화가 다뤄진다. 문턱이 높아서 자신은 가게 밖에서 (옷을 고르는 동생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목발을 짚은 자신을 구걸하는 거지로 오인해 내쫓으려 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는 "신체 장애는 곧 가난, 고립, 절망, 무지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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