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약해질 때, 어디 발 디딜 데 없을 때 너는 시에 매달린다. 사실은 세상에 매달려야 할 일이다."라는 이성복 시인의 문장을 늘 생각한다. 나는 말 대신 문장 뒤로 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야겠다. 어쩌면 세상 밖의 비바람이, 피바람 같은 일들이 무서워서 안전하고 끝 모르는 영화의 이야기로 숨어드는 것이라고. 무엇인가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어서,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에 꾸준해지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정말이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이 영화 저 영화, 이 책 저 책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 오가야만 한다. 통섭을 잘하는 건 똑똑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난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다. 섣불리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말을 입 밖으로 곧장 꺼내는 대신에 그 말을 머리에서 문장으로 한 번 더 만들어보고 펜과 노트를 꺼내곤 한다. 섬세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정말이다. 꾸준해지고 싶고, 똑똑해지고 싶으며, 섬세해지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3월에도 다만 계속해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사랑하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 있다는 것의 경이에 대하여. 매일 차고 다니는 시계는 2019년 2월 29일이 없는 날이라는 걸 미처 몰랐던 것인지 날짜가 표시되는 작은 공간에 '29'를 내어놓고 있다. 3월의 첫 날인 오늘은 동네 시계방에 가서 숫자를 '1'로 바꿔줘야지.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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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영화일기에 연이어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하나 더 써야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하나 더 쓸까. '더 나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게 해주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