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공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풀어서' '간단하게' 말하기를 경계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글쓰기와 말하기는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이다(유사품은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이 있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글은 역량껏 덤벼들어 읽는 독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꿰는 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쉽게 쓰인 글이 좋은 글이라는 시각에 대해 언제나 온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쓰는 사람이 독자를 배려해서 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의 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리뷰 쓰기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전에 읽었던 것보다 더 많은 글쓰기 관련 책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이다혜 기자님의 글은 가려운 곳들을 유감없이 긁어주셔서 읽는 내내 공감했고 또 흐뭇했다. 아까 저녁에도 지인과 책 『90년생이 온다』이야길 하면서 '플로피 디스크'의 존재를 모르는 세대의 이야기에 이어서 특히 같은 정보여도, 이를테면 읽는 데 2분 정도면 충분한 글보다도 5분짜리 영상으로 그 정보를 취하길 택하는 요즘 세대(?) 이야길 했다. 시대가 어떻게 되든 나는 문자 언어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디지털화 되어갈수록 아날로그적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믿는 쪽이다. 자신에게 읽히지 않는다고 해서 선뜻 '못 쓴 글'이라 치부해버리는 경우를 온라인에서 많이 봤다. 이해하려는, 아니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세줄 요약'을 외치는 시대에 나는 굳이 긴 글을 선호하고 'TMI'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가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록은 쓰는 이의 마음부터 어루만진다."라고 했다. (안정희,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에서) 무엇보다 누구보다, 스스로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쓰고 싶은 글을 읽어야지.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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