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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영화] 12월호 여덟 번째 글은 '이도영실: 세종과 장영실에게서 ‘성덕’의 마음을 본다'라는 제목으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관해 썼다.
‘허진호 감독’ 하면 내게 있어서는 멜로 장인이라 칭해볼 만한 국내 감독이다. 그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 ‘정원’ 역을 맡았던 배우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지↘랄↘하→고↗, 자↘빠↗졌→네↘!”와 같은 ‘찰진 명대사’를 한가득 선사한 뒤 몇 년이 지나 다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에서 <뿌리깊은 나무>에서와 같은 배역인 ‘세종’ 역으로 돌아왔다. 한 배우가 서로 다른 작품에서 같은 배역을 맡는 일이 흔하지는 않아서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장영실’과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영화 속 두 사람의 관계는 단지 왕과 신하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미루어 짐작하기로 ‘세종’은 단지 훗날 성군으로 기억될 만한 덕목을 갖춘 군주였을 뿐 아니라 ‘성덕’의 자질 역시 빼어난 인물이었다. 관노 출신으로 말단 관직에 있던 ‘장영실’이 ‘세종’의 눈에 가까이 든 계기도 명나라의 물시계를 그림과 실물로 재현해냈기 때문이고 ‘세종’은 그 재주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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