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인분 영화 연재

[1인분 영화] 12월호 11 - 모든 선택들이 '나'였다

728x90
반응형

 

[1인분 영화] 12월호 열한 번째 글은 '모든 선택이 '나'였다'라는 제목으로 영화 <미스터 노바디>(2009)에 관해 썼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게 삶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될 일인가. 벌어진 일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한 적 없는 사람도 없겠다. 적어도 이 세계의 삶은 <컨택트>(2016)의 '루이스'처럼 시간의 선형성을 초월하는 일도, <미스터 노바디>(2009)의 '니모'처럼 미래를 미리 알 수 있게 되는 일도 겪지 못한다. 그러니 지나간 것들을 붙잡으려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지나간 것들이 존재하는 건 한편으로 내가 그것을 지나가기를 선택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선택에 관해 말하기에 <미스터 노바디>만큼 알맞은 영화도 찾지 못하겠다.

'니모'에 대해 말해볼까.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먼저 '니모'는 118세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본다. 어떤 삶에서 그는 수영장 관리인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살았다.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엄마를 따라간 삶도 있고 아빠를 택한 삶도 있다. 다른 '니모'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는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데, 고르고 나면 '망각의 천사'가 나타나 '쉿' 하는 손동작으로 아기들의 얼굴에 손가락을 댄다. 그게 '인중'의 모양이다. '니모'는 어쩐지 망각의 천사가 손을 대지 않았고, 따라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