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클릭한 당신은 ‘테플론’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았는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한 화학 물질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의해 프라이팬과 같은 생활 용품으로 용도가 확장되었다.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마법의 물건’처럼 통한 테플론은 그렇게 수십 년 동안 현대인의 생활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보이지 않는 사이에.
본론을 꺼내기 전에 먼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에린 브로코비치>(2000) 이야기부터 잠깐 해볼까.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에린 브로코비치>는 무일푼으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 일을 시작한 ‘에린’이 우연한 계기로 에너지 기업 PG&E의 공장에서 화학 물질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다. 결과적으로 PG&E는 크롬 성분 유출로 피해를 본 600여 명의 힝클리 지역 주민들에게 3억 달러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고, 이것은 실화다.
서두에 말한 테플론과 관련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정확히는 테플론 자체가 아니라 ‘PFOA’라는 화학 물질에 대한 이야기. 영화 <다크 워터스>(2019)의 결말 이후 크레딧 부분에는 이런 자막이 나온다. “PFOA is believed to be in the blood of virtually every living creature on the planet... including 99% of humans.” 십수 년의 여정 끝에 마침내 ‘PFOA’의 악영향이 밝혀진 뒤에도 이 말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쓰이지 않지만 사실상 거의 모두에게 이미 노출되어 있는, 이 물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다크 워터스>는 테플론의 제조사이자 미국 최대의 화학 기업 듀폰 사의 ‘PFOA’를 둘러싼 진실 은폐 의혹을 고발한 변호사 ‘롭 빌럿’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주로 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거대 로펌 태프트의 파트너 변호사였던 ‘롭’은 한 축산 농부로부터 듀폰 사가 은밀히 매립지에 화학 물질을 버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후 훗날 십수 년 동안 이어지게 되는 끈질기고 집념 어린 추적과 고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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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문: https://brunch.co.kr/@cosmos-j/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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