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마친 프란시스는, 보러 온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실수처럼 보이는 게 더 마음에 들더라고." 자신의 대답에조차 늘 확신이 없었고 ("Home, I guess", "Dancer, I guess") 당장 먹고 살 형편에 쫓기지만 그저 남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이던 프란시스는 이제,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지금 완전한 최선은 아니어도 스스로 꿈꾸는 미래를 져버리지는 않을 수 있게 된다. 실패와 좌절에서 배우는 내일의 태도, 기약할 수는 없지만 포기해버리지는 않는 마음, 직시한 현실로부터 다시 찾아보는 희망. 여느 좋은 영화가 그렇듯, <프란시스 하> 역시 진짜 여정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어디서든 내 이름 석 자 믿고 그걸 져버리지 않는 이야기가.
<프란시스 하>(2012)에서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친구한테 이런 이야기도 한다. "내가 버지니아 울프 책 읽으면 어떤 기분인지 알아?" 그 신에서는 무슨 책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분명 그게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저작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 같은 책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거의 확신했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해 면밀하게 알고 있진 못한 것과 별개로, '자기만의 방'이라는 서술 자체가 '프란시스'라는 캐릭터와 밀접한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래는 무비톡클럽 모임 전에 읽고 책에 관해 곁들여 설명하려고 했으나, 그러질 못하고 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책장에서 다시 꺼내보는 것이다. '일 년에 500파운드'에 관한 이야길 들었을 때 사두고는 동시기 내 책장의 다른 책들에 밀려 그땐 제대로 읽히지 못했던 책. 일요일은 이 책과 함께 보내야지. 영화를 이미 다섯 번은 봤지만 '프란시스'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제야 조금 더 잘 헤아리고 싶어졌다. (그럼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질 테고, 그러면 글을 또 쓰고 싶어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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