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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끄적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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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혼자만의 이름을 지어줬던, 여기서 몇 분 거리의 동네 다른 곳의 길고양이(소니, 공손삼)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다가갈 수도 없는데 너무 섣불리 이름까지 지어버린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간밤에 봤던 한쪽 눈이 불편한 고양이가, 비슷한 시간대에 바로 그 자리에 딱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처음 본 자리 바로 근처에 있었다. 동네이긴 하지만 여기가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니다. 눈이 성치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려 간식과 물과 접시를 챙겨서 다시 찾은 것이었다. 계속 옆에 있으면 안 먹을까 싶어서 아예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는데 물도 줄어 있었고 간식이 담긴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다른 곳에 뒹굴고 있었다. (빈 일회용 접시는 아주 가볍다.) 가방에 츄르 하나가 마침 더 있어서 별 수 없이 꺼냈다. 배가 고팠던 건지 친구들(?)이 몰려와서인지 양이 부족한 듯 보여서 급히 간식 하나를 더 사서 풀어 담았다. (그릇의 외양이 고양이 밥그릇이라기보단 뭐랄까 개 밥그릇 느낌이 나게 생기긴 했지만) 누군가 챙겨주는 이가 있는지 인근에 빈 그릇이 두 개 더 놓여 있기는 했다.


가만히 앉아 지켜보다 보니 눈이 성치 않은 아이(이름을 짓진 않았으므로) 외에 세 마리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놓은 접시 앞에 다녀간 것이 총 네 마리. 나름대로 각자의 몫(?)만큼 먹는 걸 보니 다행히 서로 사이가 좋지 않거나 다투거나 하진 않는 모양이다. 내 작은 움직임이나 발소리도 민감하게 주시는 하되 극도로 경계는 하지 않는 것 같아 간식을 들고 간 내 입장에서야 고맙고 기쁜 일이기는 했는데,


내게 자신의 등을 드러내며 내 손을 피하지 않는 건, 한눈이 아픈 아이뿐이었다.


온전히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아픔이 더 짠하게 다가왔다. 내일은, 조언대로 동물병원에 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어두운 밤이라 어제 조금 가까이서 찍은 사진도, 상태가 제대로 담기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보다 동물을 훨씬 잘 알고 많이 겪어본 분이라면 조금 더 알맞은 처방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약을 받게 된다면 그걸 주고 지켜보기 위해 여길 다시 찾아오겠지만, 너무 자주 찾아오지는 않을게. 나도 여기, 이 동네에 언제까지나 있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정 들이고 길들이고 길들여지지 않도록.


길동무들에게 마음이 향한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내 섣부를 수 있는 관심이, 이 고양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가끔씩만 놀러 올게.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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