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아서 C. 클라크)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경영학부 수업을 들을 때 종종 흘려들었던 사례 중 하나로, 대략 '네이버는 사용자를 자신의 웹사이트 내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반면 구글은 그것으로부터 떠나 다른 페이지로 가도록 짜여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다. 주로 전자보다 후자를 포털의 좋은 예시로 언급할 때 위와 같은 비교가 쓰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2020)가 말하는 것처럼, 21세기의 IT 회사들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그 사람 본인도 모르는 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오히려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곳일수록 더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경고도 거기 있었다.
<소셜 딜레마>는 일종의 극화된 재연 장면들을 포함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트위터 등 테크 기업들에 몸 담았던 이들과 소셜미디어 관련 비판적인 주장을 펼쳐온 이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소셜미디어가 사용자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 냉소적으로 이야기한다. 느슨하게는 <소셜 네트워크>(2010)나 <디스커넥트>(2012) 같은 영화를 겹쳐 생각해볼 수 있는데, <소셜 딜레마>는 다루는 화두의 깊이 면에서 그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다.
사적으로 돌이켜봐도 그렇다. 얼마 전에 읽은 '캔슬 문화'에 관한 아티클이 겹쳐 떠오르기도 했는데, 숙고하고 점검해 볼 겨를도 없이 오직 즉시성과 편리함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사용자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최근 '소셜미디어'의 기능과 영향에 관해 일부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몇 년을 알아온 사람이 본인 생각에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말도 없이 내 이야기를 차단하는 일도 있고, 그것을 제삼자에게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일도 있다. 이런 일이야 기술의 역기능 같은 게 아니라 단지 한 사용자의 윤리관이나 인간적 그릇에 달린 일이겠지만 내게는 적어도 소셜미디어(와 거기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와 같은 것)에 약간의 거리를 두도록 만드는 일이기에는 충분했다.
<소셜 딜레마>에서 다루는 주제의식은 이런 것보다야 훨씬 더 사회적 영역에 이르고 있지만, 결국 사용자 본인과 그 주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결국 온라인 활동에서 누군가를 의식하는 것보다는 생활 반경 안에서 기술적 편의와 자신의 일상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일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과 범부로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한다는 의미다.
<소셜 딜레마>를 본 건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애플 키노트 영상을 시청한 것과 거의 겹치는 시점이었다. 대부분의 기술의 시작은 편의를 높이고 불편을 줄이는 데 있었겠지만 도구는 언제나 의도한 대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의 알림을 끈다거나 하는 작은 일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너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지금 보고 듣고 알고 믿는 일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일이,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이를 알맞게 지키도록 하는 데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이 작품을 통해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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