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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선택된 이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재난: 영화 '그린랜드'(202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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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영화 <그린랜드>(2020)는 일단 재난 영화로서 무난한 동시에 특별한 구석도 별로 없다. 혜성 충돌이 아니라 그 어떤 소재로도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기억에 남았던 건 그가 연기한 주인공 '존'의 가족이 재난 상황에서 '대피 대상자'로 선별되어 대피 알림을 따로 받는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존'의 직업이 건축공학자라는 데 있고 이는 유사시 인류의 재건을 위해 직업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국가에서 선별했다는 의미다.

이웃들은 자신들에게는 오지 않는 대피 알림이 '존'에게만 온다는 점을 의아해하고, '존'이 알림에 따라 도착한 어떤 장소에서도 (선별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도 들여보내 달라고 아우성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는 재난 관련 안내 문자를 특정한 누군가만 따로 받는다고 생각해보면 <그린랜드>는 주인공이 아닌 이들의 입장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면은 있다고 해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2009) 같은 작품에서 '방주'에 타는 사람들은 고액의 '입장권'을 산 사람들이지만, <그린랜드>의 경우로 말하자면 부자여도 직업이 '인류 재건'에 별 필요가 없어서 대피 대상자가 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효율의 논리는 다른 의미로 꽤 철저해서, '존'의 일곱 살 난 아들은 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한다. 직업으로 한 번 거르고,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또 한 번 걸러낸다는 의미.

이런 일들로 인해 <그린랜드>의 전개는 혜성 충돌이라는 상황 자체보다, 그로부터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이기심을 더 생생하게 담는 데 주력한다. 그럼에도 어떤 의미로든 재난 영화의 흔한 공식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선별적 대피'라는 소재 자체를 끝까지 영리하게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그린랜드>는 작중 등장하는 '클라크'(물론 수퍼맨의 본명 '클라크 켄트'에서 따온 작명일 것이다) 혜성이 태양계 밖에서 온 외계 혜성이라는 점에서도 또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난 상황 자체보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인간 사회의 여러 암적인 면에 집중해보게 만드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물음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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