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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김지운 감독의 8K 단편영화 '언택트': 일상의 마음을 움직이는 간명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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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이 연기한 '수진'과 김주헌이 연기한 '성현'은 연인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헤어졌다. 유학 중이던 '성현'은 코로나 19로 인해 귀국 후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보내고, 그러는 동안 우연히 '수진'의 소식을 듣고는 '수진'이 운영하는 브이로그 채널을 본다. 홀로 캠핑을 떠난 '수진' 역시 '성현'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단지 몸과 몸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넘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이 달라지거나 사라진 일상. <언택트>(2020)는 모든 것이 낯설 뿐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의 일상을 곁에서 가만히 본다. '성현'이 '수진'의 브이로그를 보듯, <언택트>의 관객 역시 둘의 일상을 통해 관객 자신의 생활을 잠시 돌아보게 된다.

'성현'이 자가격리를 하게 만든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 <언택트>에서 팬데믹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각종 디지털, 비대면 기술과 산업을 적어도 몇 년은 앞당겼을 영화 바깥 상황 속에서 <언택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 그러니까 누군가 영상을 보면서 거기에 웃거나 손을 흔드는 등의 반응을 하고, 여러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문자와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일들은 그 자체가 대면 없이 일어나는 점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언택트>의 인물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깊어지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여기가 워낙에 변덕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날씨가. 그러니까 이따가는 또 엄청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죠? 저는 이제 얼른 플라이를 설치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수진'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하는 말. 그리고 "오늘 제가 이렇게 공항에 온 이유는 진짜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거든요. 몇 년 동안 못 봐가지고. 근데 그 사람은 제가 지금 여기 온 거는 몰라요. 왜냐하면... 제 마음을 아직 전하지 못했어요 그 사람 마음이 어떨지 몰라서." 같은 말에는 공감대 형성이라는 장벽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영화로 말하자면 나 역시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전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지만, 관람/감상 경험이 아니라 이야기 수용에 관해서라면, '웹드라마'나 '웹영화'처럼 그것이 경험되는 플랫폼에 따라서 선을 그을 필요는 없기도 하겠다. 이 단편을 통해 김지운 감독이 전하는 것도 그래서 간명하다. 몸이 멀어져 있어도 마음은 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격리가 모든 것으로부터의 차단을 의미하지는 않을 거라고. <언택트>를 만난 50분의 시간은 그래서 작은 다독임으로 다가왔다.

www.youtube.com/watch?v=aG-2H-Ahh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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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라기엔 상영시간이 50분이라 중편에 가깝지만) <언택트>는 삼성전자와의 8K 촬영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삼성전자가 현재 연남동과 성수동에 '8K 시네마'를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고, 일반 HD 상영본이 삼성전자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유튜브를 통해 보았으므로 이것을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 단지 5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라 해야할지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보는 동안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간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플랫폼에 관계 없이 충분히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고.

brunch.co.kr/@cosmos-j/1133

 

김지운 감독의 8K 단편영화 '언택트'

일상의 마음을 움직이는 간명한 이야기 | 김고은이 연기한 '수진'과 김주헌이 연기한 '성현'은 연인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헤어졌다. 유학 중이던 '성현'은 코로나 19로 인해 귀국 후 2주간의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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