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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롤플레잉 게임'은 게임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 스코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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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하이 스코어] 3화에는 LGBTQ를 중점적으로 다룬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인 '게이블레이드'(GayBlade, 1992)가 언급되는데, 1980년대 말부터 동성애를 향한 혐오가 사회적으로 컸을 당시, 그 게임은 '돈가방을 든 목사', '극성 보수파' 등을 몬스터로 등장시켜 그들을 없애는 스토리를 다뤘고 당시 대표적인 동성애 혐오자였던 미국의 언론인이자 정치인 팻 뷰캐넌(Pat Buchanan)이 '최종 보스'였다. 게임을 플레이 한 사람들은 개발자인 라이언 베스트(Ryan Best)에게 수많은 감사편지를 보냈다. 그 게임을 하는 동안 웃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이 시기에 이르면 롤플레잉 게임은 단지 '시간을 때우는' 킬링타임 콘텐츠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과 그의 '아바타'가 서로 동일시되어 게임 내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영역에 이른다. 일례로 리처드 게리엇은 '울티마 4'(1985)를 개발할 무렵부터 "사악한 사람은 결국 승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라고 밝힌다. 이것이 어떻게 구현되냐면 특정 보스를 제압하기 위해서 필요한 어떤 아이템이 있는데 그게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행실에 따라 무언가를 훔치거나 무차별적 살인을 한다든가 하면 해당 아이템을 구입할 수 없도록 만드는 식이었다.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롤플레잉 게임'의 역할은 결국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주는 쪽으로 발전했다.

 

[하이 스코어]에는 그래서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가 더 언급된다. 앞서 소개한 '게이블레이드' 개발자는 이사를 하던 중 배송업체의 실수로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게임 원본 소스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시간이 지난 뒤 LGBTQ 비디오 게임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한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공간에서 소스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여러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개발자 이름을 따 '라이언 게임 찾기'라는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Role Playing Games' Positive Role in Society"

 

[하이 스코어]는 산업으로서의 게임 콘텐츠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 게임에 열렬하게 몰입해본 적 있는 이들에게 여러 가지 향수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시리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다큐멘터리는 결국 재미있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을 이들을 배려한 것인지 [하이 스코어]는 그 편집과 구성에 있어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가령 3화 '롤플레잉 게임의 탄생'을 예로 들면 개발자의 인터뷰를 인터뷰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향수를 자극하는 도트 그래픽 기반의 판타지 세계 속 장면처럼 보여준다든지 '던전 앤 드래곤'을 플레이하는 리처드 게리엇의 모습을 여러 코스튬을 입은 그의 모습들로 구분한다든지 하는 식. 뒤에 가면 앞서 언급한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의 형식을 빌어 DOS 화면의 명령어 입력 화면처럼 자막을 배치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할까. 이건 다큐멘터리계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귀한 시리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 스코어]는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회당 40분 안팎으로 여섯 회를 연이어 감상해도 총 252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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