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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런 온] 16회(최종회) 메모 - 다음주에 17, 18회 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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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내가 네 세계로 들어가면 됐는데 너를 내 세계로 끌어들여서. 너는 결승선을 향해 가는데 나는 반환점을 향해 가서. 미안해."
"대표님이 미안하기로 결정했으면 난 최대한 미뤄볼 거야. 미뤄보려고."



"어때요?"
(한숨)
"아니, 레시피대로 음식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야. 그러면 그 레시피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음식을 하는 내가 잘못된 걸까?"
"아니요 아니요, 맛있기만 한데요? 되게 맛있는데."
"헐, 상냥해. 딴 반찬들도 먹어요."
"네."
"근데, 나 위로해 주는 거예요?"
"내가 왜 위로를 해 줘요?"
"내가 지금 위로받고 있는데."
"왜 또? 무슨 일 있었어요?"
"우리 누나요. 우리 누나는 나보다 훨씬 더 아버지한테 사랑도 받고 또 그만큼 정신적 학대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는 그것도 다 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뭘 받고 자랐는지 모를 때가 더 많았거든요. 내가 오늘, 누나에 관해서 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는데 누나가 그걸 모른 채 있으면 바보 되는 기분이라서 내가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말하면 상처받을 거고 그 상처 바라보기도 어려울 거 같고."
"기선겸 씨는 음, 원래 생각한 건 바로 행동하고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죠. 근데 이번엔 왜 망설였어요? 왜 여기 있을까? 본인도 상처받았기 때문이죠. 그 불편한 사실에."
(한숨)
"몰랐네. 아직도 모르는 거 너무 많네."

"누나가 이럴 거다, 저럴 거다, 우리끼리 이렇게 추측하지 말고, 음, 그냥 말을, 마음을 잘 전달해 봐요. 누나가 상처받으시면 이렇게 안아 드리고 그런 게 가족 아닌가?"
"그런 게 가족이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네요."
"고마워요."


"할리우드 진출? 그거 앞으로도 할 수 있어 내가 연기하는 한. 근데 내 자식이 상처받는 건. 내가 애들 내팽개치고 얻은 영광이 몇 개인데. 내일 할게, 배우."


"'매이를 매희라 부르지 않아도 그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가 따로 없네 아주?"
"사랑해 여보."
"원래 가족은 모이면 싸우고 흩어지면 애틋하더라."
"그냥 언니네 가족이 애틋하고 화목한 거지, 뭐. 나는 내 인생에 나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닐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언니가 내 가족은 아니지만."
"꼭 호적에 나란히 올라야 가족이냐? 같은 피 섞여야 가족이야? 우리 엄마는 계속 너 막내딸이라고 하던데. 이 불효막심한."
"맞네. 우리 여보를 낳아주신 분한테 내가 불효를 저질렀네. 우리 어머니 뵈러 언제 가지?"
"그러게, 안 간 지 꽤 됐네."
"언니, 내년에는 우리 이 동네 자취인들 모아 가지고 김장 한번 크게 할까?"
"오..."
"어머니 좀 보내 드리고?"
"너나 많이 해. 난 원래 사 먹는 주의야."
"하자, 하자, 어 어 어?"


"이걸 이렇게 받네. 나한테 주기 전까진 네 거라며. 그거 네 마음이잖아."
"내 마음은 이미 마음대로 다 가져가 놓고."
"어떻게, 돌려줄까?"
"계속 갖고 있어요. 대표님 안에서 다 없어질 때까지. 잘 갖고 있다가 분리수거만 잘해 줘요. 그거 중요하다면서."
"하... 너 진짜..."
"나는요, 아직도 똑같아요. 대표님이 무슨 짓을 해도 싫어지지가 않고 계속 좋아. 그러니까, 계속 좋아하는 것도 내 자유잖아. 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 또?"
"아니, 너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오래 살아요, 아프지 말고. 나의 첫사랑. 대답해야죠. 응?"
"오래 살게. 안 아플게."



"누구나 자신만 열어 보고 싶은 보석함이 있대요. 뭐 그 안에 담긴 게 꼭 보석이란 얘긴 아니고 음, 바닷가에서 주운 씨 글라스일 수도 있고 조개껍질일 수도 아, 누군가의 교복 단추일 수도 있지. 추억을 간직하는 거니까. 자, 나만이 열어 볼 수 있는 보석함 속의 반짝이는 추억이 되는 거. 그 시절을, 앞으로 영원히 없을 순간을 소장하게 되는. 그런 거죠."


"보드카 마티니 한 잔만 주세요. 젓지 말고 흔들어서."


"나는요, 아프면 아픈 대로 둘 거예요. 안 아파지면 그때 안 아파하면 되니까. 이게 피상적으론 새드 엔딩일 수 있지만 전 대표님을 만난 덕에 전 대표님을 만난 덕에 앞으로 다가올 감정들을 배우고 성장하겠죠? 그래서 대표님이 학생이라고 불렀나 봐. 좀 배우라고."
"기초 공사를 하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대표님이랑 미래를 꿈꿀 수는 없어도 대표님이 없었으면 다가올 관계들을 미성숙하게 해냈을. 뭐, 그런 거."
"언젠가는 뭐, '그 사람이 누구였지?' 하고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괜찮아요. 여기에 다 남아 있으니까."


"좋아해요. 물어준 사람이 처음이라 사실 대답하고 싶었어요 그때. 말 한마디면 되는 건데."
"나 사실 결혼하기 싫어서 집에다가 가짜 커밍아웃 했어요.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굴레였을 텐데. 나는 그거 핑계로 삼았어서 미안합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가 참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는.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상냥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나 이제 알겠어요. 오미주 씨가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내가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와 보니까 아주 반짝이더라. 오늘로 하자, 내 진짜 생일."
"생일 축하해요, 대표님."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응.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는 이렇구나. 서로 다른 세계를 나란히 둬도 되지 않을까?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 되지."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던가요? 지금인 것 같아서."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사랑해요."



(미주)"해피 엔딩이 대체 뭔데? 응?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막 온갖 영화에 다 나오잖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 봐, 어?"
(선겸)"그게 뭔데요?"
(미주)"음악 시간에 필수로 틀어 주는 거 있잖아요, 음악 영화."
(영화)"저 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는데. 요즘에는 '라라랜드' 틀어 주겠죠?"
(미주)"내가 진짜 온갖 콘텐츠를 다 보고 사는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그 해피 엔딩이라는 게 결국에는 문명이 만들어 낸 환상이고 허상이야. 애초에 존재를 안 하는 데 그걸 어떻게 해."
(영화)"그건 너무 염세적이다."
(단아)"애초에 정의가 뭔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다 갑니다?"
(미주)"음... 그래 뭐,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세상, 뭐 죽을 때까지 함께라 쳐요. 근데 결국 죽는 그 순간부터 이별인 거잖아. 그러니까 영원한 사랑 자체가 허상인 거야."
(영화)"아니, 죽어서도 천국에서 만날 수도 있죠."
(미주)"죽어서 만날 수 있는 건 키아누 리브스밖에 없어요."
(선겸)"그게 누군데요?"
(미주)"존 윅요, 존 윅."
(선겸)"존 윅? 존 윅은... 음, 천국 못 갈 거 같은데, 킬러잖아요."
(단아)"애초에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
(영화)"근데, 천국 가는 키아누 리브스는 '콘스탄틴' 아닌가?"
(미주)"어, 맞네? 내가 순간 헷갈렸나 보다, 맞네. 응? 근데 존 윅이 킬러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선겸)"검색해 봤어요."
(미주)"아, 검색해 봤어요?"
(영화)"저는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토끼 같은 자식 낳고 잘 살면 그게 해피라고 봐요."
(단아)"네가 토끼를 왜 낳아."
(영화)"과학이 발전하면 제가 낳을 수도 있죠."
(미주)"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단아)"오래 살아 학생, 토끼 낳을 수 있을 때까지."
(영화)"대표님은요? 해피 엔딩 기준 뭐예요? 저랑 같으면 안 돼요? 우리 영원히 사랑할 건데."
(단아)"난 결혼 싫어서 집에다가 가짜 커밍아웃까지 했는데?"
(미주)"이런 의미 없는 대화에 시간 쓰는 거 아깝지 않아요?"
(단아)"술이나 마십시다."
(선겸)"그러니까, 나도 영화에는 너무 문외한이라서 우리 건배라도 할까요?"
(영화)"좋아요."
(미주)"건배도 뭐, 위할 게 있어야 하지."
(선겸)"뭘 위하지?"
(미주)"아, 나 이번에 완주한 거, 응? 그거 위해서 건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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