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 코멘트가 누군가에게 날카롭게 혹은 공격적으로 다가온다면 죄송한 일이지만, 일부 댓글의 저 사람들이 근거도 전무하고 책임질 수도 없는 말들을 함부로 썼듯이 저도 제 생각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남겨주신 코멘트에 대한 제 의견을 덧붙이겠습니다. 매체의 한줄평, 나아가 리뷰, 비평의 역할이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기자나 평론가 역시 자신의 주관과 신념, 지식 등에 따라 평가하는 관객의 한 사람일 뿐이며 '모두를 만족시키'거나 '완전히 객관적'인 평만을 쓰는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 관객일수록 더 뚜렷한 주관이나 견해를 전문화된 언어나 구체적이고 상세한 분석을 담아 표현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저널리즘과 비평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해진 문제의 정해진 답을 기술하듯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쪽의 객관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질문을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그게 누군가에겐 참고도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자기 생각과 다를 수 있는 거고요.
2. 네. 한줄평 역시 누군가의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연하죠. 하지만 여기서 한줄평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랑은 관련이 없습니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각자 취향이나 관점에 달린 일이고 문제는 다른 사람의 주관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객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객관의 기준이 무엇이죠. 적어도 본 게시물의 일부 댓글에서 보이는 내용은 자기는 별로였는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좋게 평가하냐, 돈 받은 거 아니냐는 것밖에 없는데, 본인이 감상한 것과 누군가의 감상이 다른 것에 대해 그 바탕을 궁금해할 수는 있어도, 본인이 심지어 '절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영화'라 확신한다고 해도 본인보다 나은 점수를 매긴 사람의 자질이나 진정성을 의심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저 댓글들이 과연 비판으로 읽히시는지. 그건 비판이 아닙니다. 비아냥이나 조롱 혹은 폄하에 불과합니다.
3. 그러니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본 감상과 씨네21의 감상이 다르더라도 그걸 돈 받고 쓴 평문이거나 감독/제작진/제작사 등과 친해서 '좋게 써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제 생각을 표현하든지, 아니면 매체에 쓰인 글 중에서 제 생각과 달랐던 부분을 코멘트하든지 하겠지요. 아니면 기자의 이메일 주소나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서 질문을 하든가요. 좋은 태도와 상식과 언어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비판이나 대화를 시도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것만큼은 역으로 물어야겠습니다. <승리호>에 관한 '씨네21'의 별점과 20자 평이 필자들의 생각과 감상이 정확히 담기지 않았다고 할 근거와 바탕이 대체 어디 있나요? 자기 생각과 달라서? 나는 별로였는데 저 사람들은 좋게 평가해서? 차라리 이 영화가 왜 좋았느냐고 질문이라도 했으면 양반이었을 겁니다. 반대 경우였다 해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좋아하는 한 기자님은 2015년에 "20자 평과 별점은 영화 기자들이 모든 일을 마치고 붙이는 추신에 불과하니 영화 저널리즘을 그것과 동일시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일기에서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몇 점짜리 영화였다고 게시하고 그걸 20자 내외로 쓰는 건 지극히 일부의 작업입니다. 이미 매체 온라인에는 시사회 후기 성격의 글이 게재되어 있는데 수 주 이내로는 더 자세한 비평들이 게재되겠죠. 기자/평론가들이 전반적으로 좋게 본 영화가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매체에 소속된 기자/평론가들의 견해가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영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본 것이지 광고비를 받아서 일부러 좋게 써준 것이거나 친분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주요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세계적으로 극찬이 쏟아지는 영화라 해서 그게 편향된 일이 아닌 것처럼요.
4. 저는 긴 글을 읽고도 '돈 받았다' '감독이랑 친하다' 등의 표현 외에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게 길든 짧든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거기엔 영화에 대한 자기 감상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글 쓴 대상을 향한 비아냥이나 조롱뿐이니까요. 정말 비판을 하거나 자기 감상을 조리 있게 표현한 감상이라면 한 번쯤 새겨 읽어야겠지만, 매체 종사자의 직업의식이나 역량을 아무 근거나 바탕도 없이 폄하하는 이야기를 귀담을 가치가 있을까요. 저 댓글들에 '자기는 그 영화가 재미없었거나 별로였다' 외에 근거가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그렇게 함부로 판단하는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함부로 판단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저널리즘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 역시 관객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존중할 줄 모르는 태도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믿습니다. 존중 받기를 포기한 태도를 굳이 헤아려 줄 필요는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도 없고요. 작년에 <반도>의 GV 행사를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한 적 있는데 어떤 이들이 댓글로 그 영화를 너무 좋게 본 것 아니냐는 식의 내용을 썼습니다. 거기서도 '얼마 받았냐', '연상호 감독과 친하냐' 따위의 반응이 있었고요. 이동진 평론가는 얼마 후 블로그에 'GV와 별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 그 글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특정 영화에 대한 제 별점이 높다면, 그건 그냥 제가 그 영화를 좋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는 이것 말고 다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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