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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지금도 깜깜한 우주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오락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고 명확히 전하고, 적당한 유머와 감정 안에서 세계에 속한 이들의 고단한 얼굴들을 주목하는 영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어떤 작품을 볼 때 그것이 구현하는 세계가 입체적이거나 현실적이거나 정교할 수 있는 건 제작비나 겉으로 보이는 세계의 규모만으로 판가름되지는 않는다. 세계관의 깊이를 알게 하는 건 전적으로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 그리고 캐릭터다. 그 캐릭터들이 저 세계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 일이며 그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는 일이 얼마나 마땅한 일인지. 다양한 언어들이 여전히 공존하는 <승리호>(2020)의 세계를 보면서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나 <엘리시움>(2013) 같은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렸고 속편이나 파생작이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모방이나 참고의 측면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었지만 전적으로 영화의 국적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충분히 갖춘 활극이자 나빠진 세계가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화 같기도 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망칠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힘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어서.
www.netflix.com/title/81094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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