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하백)
"한 사람이 세상을 망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어."
3화
(염미)
"네 말대로라면 그 환자 A씨는 말이야, 속은 여리고 따뜻한 사람인데 그렇지 않은 척 살아온 사람일 수도 있어. 겉과 속이 다른 거지. 자신이 과도한 동정심이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게 싫어서 의식적으로 반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건데 내면의 심리와 행동 사이의 괴리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인 거지. 자기 본성이 싫은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민 비서)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의 언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런 사람들의 '괜찮아요'는 실은 '안 괜찮다'는 거라든지 '싫어요'는 실은 '좋아요'라든가 '됐어요'는 실은 '도와주세요'라든가."
(소아)
"내가 그날 밤 그 무모한 달리기를 한 건 우리를 떠난 아버지를 잡으려던 게 아니었다. 전시할 고통들을 모아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아버지는 자신의 길을 갈 것이고 앞으로 나는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그 밤에 어렴풋이 예감해서다. 그날 나는 온몸이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새겼다. 그리고 그게 다 내 아버지 때문이라고 그 미움과 증오의 힘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아버지를 놓으려고 달렸다.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백)
"진실과 진실 아닌 것을 어떻게 구별하지? 믿고 싶은 걸 믿는 게 너의 진실이지. 그쪽이 더 쉽고 덜 힘드니까. 어떤 진실은 그렇게 눈을 가리지."
6화
(소아)
"나는 말입니다, 그래요, 그래요 나는 사는 게 딱히 즐겁지도 의미 있지도 않아요.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미래요? 꿈요? 네, 뭐, 한때는 그런 게 있기는 했나 보네요. 감당할 수 없는 그 꿈을 꾼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에요. 그러다 지쳐 버렸죠. 그렇다고 그게 아무렇게나 죽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거든요?"
8화
(소아)
"지난번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고 이 세상에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제 알겠어요. 그때, 진심을 비웃어서 미안합니다. 신 대표님은 그렇게 살아오신 거 같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실 것 같아요. 신 대표님의 나무들은 큰 숲을 이룰 겁니다."
9화
"판 건 맞지만 물러 달라고 했어요. 내 마음도 편치 않았어요.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데 눈치 보고, 내 땅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떠날 분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신 위해서 물러 달라고 했어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랬다고요."
"팔고 물러 달라 하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하지 않다고요? 중요하지 않은 걸 갖고 난 대체 그동안 뭘 한 걸까요? 난 대체 뭐한 거예요?"
"네가 그자와 뭘 한 건지 뭘 할 건지까지 내가 알게 뭐야?"
"뭐라고요?"
"그래. 네 말이 맞아. 난 떠날 거고 넌 여기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우린 서로 쓸데없는 기쁨이어선 안 돼. 날 수 없는 날개를 가지고 날개인 줄 알면 안 되는 거지."
"힘들 때 웃는 건 일류다. 참는 건 이류다. 우는 건 삼류다. 난 삼류네요. 당신 때문에 나 삼류가 됐어요. 당신 정말 나쁜 신이에요. 내가 내 마음을 얼마나 단단하게 빚어 놨었는데 일류는 못 돼도 이류는 돼야 했으니까, 나는 혼자니까. 가난하고 약해 빠진 눈물 따위가 내 언저리에 얼씬거리지도 못하도록 마음 아주 단단하게 먹고 살아가야 했다고요. 당신이 나타나고 난 일류가 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아예 삼류가 돼 있네요."
"난 갈 거야. 가야 돼."
10화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수학 문제를 풀었거든요. 수학 알죠? X 값을 구해야 하는데 원래 세상에 있는 공식은 적용이 안 돼요. 그래서 내가 하루 종일 공식을 만들어서 어떤 수를 찾았어요. 제가 구한 어떤 수는요, 여기서 멈춤이에요. 이 문제엔 답이 정해져 있고 지금은 벌릴 때가 아니라 마무리할 때라고 힌트도 주고 그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마무리는 아름답게 해야죠, 기분 좋게. 부탁해요. 그래야 내가 이류로 살아요."
"내가, 어떡하면 좋겠어?"
"어제, 이전처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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