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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대상이 될 만큼 좋았던 영화들을 찬찬히 열어 보면 거기에는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될 장면들, 그 인물이 바로 그 상황에서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믿어지는 말들, 영화가 아닌 인생의 배경음악이 될 법한 스코어들, 다른 방향과 각도와 거리에서 보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카메라의 바로 그 시선 같은 게 있다. 영화와 달리 나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거나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글을 쓰거나 생의 유한함을 잊고 게으름을 부릴 때가 많지만 영화들은 그렇지 않다. 끝나야만 하기 때문에 시작된 순간부터 한 프레임도 쉬지 않고 오직 나아간다.
가장 끄덕일 수 있는 방식으로, 혹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는 그 영화들은 영화가 끝나고 난 뒤의 나를 그 영화를 보기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만든다. 기억과 다짐에는 한계가 있고 일상에는 언제나 실수가 있지만, 어떤 가치를 상기시켜주는 영화들이 매년 몇 작품씩은 있다. 무심코 '근사하다'라는 말을 떠올렸는데, '그럴싸하게 괜찮다'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럴싸하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큰 바람일까. 그런 궁리를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스크린 너머의 세계는 언제나 거기 있을 만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삶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싶을 때마다 꺼내본다.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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