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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인 이 서사를 주도하는 인물은 '낸시'와 '스튜어트'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모리타니 사람인 '술라히'의 내면 묘사에 <모리타니안>은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기소도 재판도 없이 몇 년을 가족과 떨어져 고립되어야만 했던 그에게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 몇 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세세하게 보여주는 반면 '낸시'와 '스튜어트' 그리고 '낸시'의 파트너인 '테리'(쉐일린 우들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전사가 축소된 채로 다룬다. (물론 '스튜어트'가 이 일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나름대로 충실히 언급된다.)
<모리타니안>에서 현재 시점에 해당하는 장면들은 2.35대 1 화면비율(시네마스코프)이지만 과거 시점에 해당하는 장면들은 딱 한 군데를 빼고 모두 1.33대 1 화면비율이 쓰였다. 시간적 배경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화면비율을 사용하는 작품들이야 <덩케르크>(2017)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처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모리타니안>에서도 저 서로 다른 화면비는 꽤 중요해 보인다.
시점상 과거에 해당함에도 1.33대 1 화면비율이 아닌 한 장면. <모리타니안>에서 과거 시점을 떠올리는 주체는 얼핏 주인공 '슬라히'인 것처럼 보이는데 바로 그 한 장면은 '스튜어트'(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동료인 '닐'(재커리 레비)이 어떤 지난 일을 상기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도 영화의 카메라는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과거냐 현재냐가 아니라, 누구의 시점인가 하는 것이다.
앞에서 영화의 과거 시점을 떠올리는 주체가 '얼핏' '술라히'처럼 보인다고 한 것은 그게 결국 '낸시'와 '스튜어트'가 방대한 문서 더미에서 찾아내는 '술라히'에 관한 기록들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술라히'가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못한 채 고문을 당하는 등의 행적들은 그의 증언과 당시 군의 기록 문서 원본을 통해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었는데, 그 문서를 낱낱이 읽고 있는 '낸시'와 '스튜어트' 역시 정서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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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6694
<모리타니안>(The Mauritanian, 2020), 캐빈 맥도널드 감독
2021년 3월 17일 (국내) 개봉,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출연: 타하르 라힘, 조디 포스터, 쉐일린 우들리, 베네딕트 컴버배치, 재커리 레비, 재커리 레비 등.
수입: (주)퍼스트런
배급: (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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