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조디 포스터)와 '테리'(쉐일린 우들리)가 법정으로 향하는 두 번의 신. 앞의 신은 럼스펠드와 부시의 사진이 걸려 있고 뒤의 신은 바이든과 오바마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리고 둘 다 굳이 원경에서 잘 보이도록 촬영돼 있다. 비선형적으로 촘촘하게 짜인 플롯에서 둘은 당연히 (자막과 더불어) 시간적 배경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하나의 장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질문을 던진다. <모리타니안>(2020)이 다루는 문제는, 게다가 그 대상이 미 합중국 정부인 문제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든 오바마 행정부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이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형인 사안을 포괄한다. 단순하지 않지만 때에 따라 단순해지기도 하는 문제를, 납득할 만하게 다층적인 방식으로 <모리타니안>은 잘 전달해낸다. 오직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는 하나의 대전제. 영화 초반 "헌법에는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주석은 없죠"라는 대사가 짧게 지나간다. 실화 바탕의 법정 드라마에 대해 예상 가능한 전형을 어느 정도 따르면서도, 끄덕여지는 의도와 맥락에서 보다 넓게 확장된 물음을 관객에게 전해준다. 2만 페이지에 달하는 MFR을 샅샅이 읽는 '낸시'의 모습에서 토드 헤인즈의 <다크 워터스>(2019)에서 '롭'(마크 러팔로)이 비슷한 자세로 앉아 비슷한 맥락의 서류 뭉치 더미에 둘러싸인 모습을 떠올렸다. 완벽하게 정의롭고 무결한 사람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직업에 임하는 그의 어떤 태도와 철학 같은 것. 좋은 이야기이자 필요한 이야기는 종종 그런 것을 담아낸다.
이동진 평론가의 GV가 있기도 했다.
3월 4일 저녁, CGV 용산아이파크몰 4관.
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6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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