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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끄적

요즘 난리라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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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을 한 가지 기준만으로 보는 일은 별로 쓸모와 의미가 없다는 쪽에 동의하는 편이라서. 가령 역사왜곡 이야기. 어떤 작품에서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특정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행동이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이나 가치관이, 그 작품을 만든 감독이나 작가 등 제작진의 역사관이나 가치관을 대변하는가?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서로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 당대의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어떤 것을 담고 있거나 폭력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으면, 그 작품은 도덕적이지 못하고 폭력적인가? 아니.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있어 더 중요한 건 부분이 아니라 전체이며, 부분은 전체의 흐름과 맥락을 통해서 진짜 의미를 갖는다. 가령 한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반의 주제 의식 등에 따라 진의를 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품 속 어떤 인물의 언행이나 특정한 어떤 전개는 그 자체로 작가와 제작진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미스터 션샤인](tvN, 2018) 방영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방영 초기에 해당 드라마가 서구 열강에 의한 조선의 반강제적 근대화를 낭만적으로 미화한다는 식의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 나는 방영 초기에도 이미 해당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그것이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고, 그건 [미스터 션샤인]의 종영 무렵에 가서 더욱 명백해졌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어떤 것을 보여준다는 사실과, 그것을 관객이나 시청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한다는 사실 중, 내게 훨씬 더 중요한 건 관객이나 시청자 개인이 그것에 관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대체 역사나 판타지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 자체를 두고 역사왜곡이라는 키워드를 문화 콘텐츠의 모든 평가 기반으로 삼는 순간, 역사 기반의 이야기는 오직 사실만을 충실히 재현하고 고증하는 일 외의 것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창작과 재해석이라는 건, 나아가 문화와 예술이라는 건, 작품을 표현에 그치지 않는 대화로 여길 때* 가능한 것이다.

덧: 아직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보지 못했는데 이미 말이 많은 모양이다. 여러 바깥 이야기들 때문에라도 작품을 한번 찾아보고 싶어 졌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폐지라고,,,?)

덧 2: 왓챠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헐왓챠에 이동진의 왕가위'를 듣다 왕가위 영화의 정치적 함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목을 듣고 최근 [조선구마사]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걷는 듯 천천히』(문학동네, 2015)에서 "작품을 표현이 아닌 대화로 여긴다"라는 표현으로 작가와 작품, 관객 간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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