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렌'과 마찬가지로 그를 연기한 클라크 미들턴 역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드라마 속 '레이먼드'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작진에게도 이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고민이 생겼다. 그가 해고된 것으로 할까, 다른 지역으로 발령난 것으로 할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것으로 할까? 제작진은 어떤 식으로든 '글렌'의 부재를 드라마 전개 속에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인 제작자 존 보켄캠프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결국 드라마 안에서도 그가 죽은 것으로 하여 그를 애도하기로 했다. 상술한 휴이 루이스는 [블랙리스트]의 여러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 커트 쿠엔이 마침 휴이 루이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었기에 섭외되었다.
클라크 미들턴은 4세 때부터 소아 특발성 관절염을 앓았지만 1983년부터 2020년까지 45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시즌당 19~2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드라마 [블랙리스트]에서 클라크 미들턴이 출연한 회차는 총 열세 개. 비중이 크지도 않고 출연 분량이 많지도 않지만 [블랙리스트]의 제작진은 '글렌 카터'를 그저 드라마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아닌, 하나의 삶으로서 그 자체로 존경하고 깊이 애도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이 폴 워커(1973-2013)를 떠나보낸 것과 같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출연 배우나 스태프를 애도하는 방식과 사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클라크 미들턴을 떠나보내기 위해 한 회차의 전반을 할애한 이 에피소드를 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클라크 미들턴은 <킬 빌 vol. 2>(2004), <씬 시티>(2005), <설국열차>(2013) 등에도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끼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난리라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끼적 (0) | 2021.03.26 |
---|---|
레이디 가가의 그래미 수상,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 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 촬영 시작 외 (0) | 2021.03.17 |
나보다 근사한 영화들 (0) | 2021.03.13 |
기상청 기관지 '하늘사랑'에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리뷰를 기고했다 (0) | 2021.03.05 |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 대사 메모 (0) | 20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