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부를 판 남자>(2020)는 실제 이야기에서 일부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벨기에와 영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가 한 남자의 피부에 타투를 새겨 미술관 전시에 출품하고 그의 사후에는 타투가 새겨진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기로 한 계약을 맺은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 (빔 델보예는 자기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으며 <피부를 판 남자>에 카메오 출연도 했다고 한다.)
<피부를 판 남자>를 연출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과 제작자 필립 로기(<티탄>, <나, 다니엘 블레이크>, <아네트> 등)가 이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두 가지 화두를 모두 담아낼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나는 당연하게도 어디까지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빔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타투를 새긴 적이 있고, 물론 이는 동물권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미술관에서 작품의 일부로 ‘전시’되어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되지만 전시용 타투를 새긴 사람의 사후에는 그것을 액자에 담아 영구적인 전시품이 된다는 설정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하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다. <피부를 판 남자>의 주인공 ‘샘 알리’(야흐야 마하이니)는 불합리한 억압을 피해서 시리아를 탈출한 망명자다. 레바논을 거쳐 벨기에로 향하며 그는 ‘제프리 고드프루아’(코엔 드 보우)라는 예술가로부터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되는 조건으로 돈과 자유 등을 얻는 제안을 받는다. 자기 몸이 예술 작품의 캔버스가 된다면 자유를 얻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자신은 새겨진 예술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 된다. 만약 타투를 지운다면, 그 자유는 어디로 가는가?
영화 속에서 이 파격적인 예술 퍼포먼스는 레바논 현지는 물론 ‘샘’이 떠나온 시리아에서도 주목받는다. 여기에 ‘샘’의 연인이자 시리아에서는 상류층에 속하는 ‘아비르’(디아 리앤), 그리고 ‘제프리’와 ‘샘’이 함께하는 전시 일정과 작품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소라야’(모니카 벨루치)까지. 살아 움직이는 예술이 된 ‘샘’의 행보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 간의 관계가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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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https://brunch.co.kr/@cosmos-j/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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