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2022, 김해리), 13분
교내 그림대회에서 상을 받은 수현은 누구에게든 그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어쩐지 선생님은 학급이 다 보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방과 후에 따로 불러서 상장을 주셨다. 가는 길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말을 하려고 하지만 우물쭈물거리다 기회를 놓치고, 행글라이더가 나무에 걸린 친구를 도와준다거나 하는 여정은 흡사 윤가은 감독의 <콩나물> 속 수안을 떠올리게 한다. 자랑 한번 하기 쉽지 않게 하루가 다 가고, 의외의 장소와 상황에서 작지만 어디서도 쉽사리 받기 어려운 응원을 만난다. "멋있어!" "진짜?" "진짜!" 작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도, 난생처음 받은 칭찬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대사 대신 아이의 행동과 표정으로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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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2021, 박지수), 26분
해원은 학교에서는 온종일 잠만 잔다. 엄마가 운영하는 노래방 한편에서 트뤼포의 고전 영화를 보는 게 낙이다. 해원이 밤에 깨어 있는 까닭은 부모님 사이에서 보이지 않지만 고요하게 일어나는 어떤 일들에 있다. 어른들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고등학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일들. 한편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하영도 가족을 잃고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집 밖과 학교 밖이 더 편하고 낮보다 밤에 더 깨어있을 수밖에 없는 둘의 일상이 어떤 사건으로 잠시 포개어지는 순간, 등을 토닥여주거나 하는 작은 위안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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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미>(2022, 정수진), 26분
"모르시지 않잖아요." 특성화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시점으로, 공장에서 사고로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알고 있어도 말하지 못하거나 말하려 하는 순간에 어떤 위계에 의해 억눌리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혹은 그럼에도 외면하지 못하는 이들이나 주어진 환경이 주는 무게에 눌린 채 그저 회피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시선도 놓치지는 않는다. 아이의 시선과 높이에서가 아니어도, 어딘가에 어른에게도 너무 낮고 위험한 창문이 있고 누군가는 "원래 창문이 다 그렇다"라고 넘어가기도 하는 모습이 여러 면에서 영화 바깥과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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