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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위민 원트>(2000),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을 비롯해 <인턴>(2015)과 같은 근작에 이르기까지 일과 사랑을 넘나드는 현대인의 보편적 소재를 섬세하게 다뤄온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연출과 각본은 <로맨틱 홀리데이>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서서히 어루만진다. 실연을 하고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나왔던 아이리스와 아만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연까지 만난다. 아이리스는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원로 시나리오 작가 아서 에봇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조연이 아닌 주연의 자리를 지키는 지혜에 대해 배우고, 아만다는 집 주인인 아이리스의 오빠이자 출판 편집자인 그레이엄과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를 상대에게 온전히 내보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아간다.
영화의 어떤 장면에 이르러, 눈 쌓인 길을 조금 걷는 것도 싫어하던 아만다는 다가온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차에서 내려 수백 미터를 (넘어지지도 않고) 달린다. 침대 위 이불과 거의 한 몸이 되거나 벽난로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게 되기 쉬운 한겨울의 날씨는 그 자체로 모두를 위축되게 만드는 건 아니다. 상처와 두려움 속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달리 할 줄 알거나, 낯설고 우연한 만남 속에서도 그것이 어떤 운명적인 여정이 될 것임을 직감하는 사람에게 겨울은 혹독하지 않다.
함박눈이 내리든 그렇지 않든 크리스마스는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복합적인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거리에서 울리는 캐럴이나 화려한 트리 장식들, 그리고 눈 덮인 거리의 풍경은 어떤 이들에게는 포근함과 낭만을 가져다 주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소음이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가중시키는 것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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