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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묵은 테마일 수도 있겠으나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배트맨으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은 배리 앨런이 플래시의 능력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인 조력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의 관계와 유사하다) 우연히 하루 전 있었던 일로 다녀온 배리에게 브루스는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물론 과거의 상처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배리는 스피드포스를 계속 사용해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 결과로 생겨난 우주의 균열은 <맨 오브 스틸> 속 조드 장군을 재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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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유머와 액션들을 지나 플래시/베리(들)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후반부 일련의 일들은 그것이 꼭 수퍼히어로 혹은 메타휴먼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세대와 상황을 초월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부 캐릭터의 등장과 퇴장 방식에 있어 한계도 드러내지만 <플래시>는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지난 몇 해 동안 선보인 DC 영화들이 그 자체로 무쓸모한 결과물은 아니었음을 역설적으로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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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이자 외전 성격의 작품이었던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2021)까지도 아우르는 모습을 극장에서 관람하면서, 이제는 DC 영화 세계관이 새롭게 변화를 맞이할 것을 알면서도 이들을 어느 또 다른 세계에서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What do we do?”라는 물음에 그저 “We try not to die.”라고 답할 수밖에는 없는 세계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이 다음 세계를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더는 바꿀 수 없는 과거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언젠가 만나는 줄도 모르는 채 마주하게 될 필연적 교차점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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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 중에서.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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