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규 챌린지 시즌 1]이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벌써(?) 새로운 챌린지가 시작된 걸 보고 또 무엇부터 해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 속에 제가 제일 즐겁게 그리고 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기로 합니다.
'특별한 영화'로 언급할 수 있는 게 제게는 너무너무 많아서,,, 이걸 고르는 것도 일이라 고르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1. 별점 만점을 준 영화
왓챠피디아 앱에 남긴 별점 기준, 최고점을 준 영화를 생각하자면 총 62편이 있습니다. 이것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한가득이니,,, 줄여보겠습니다.
2. '2010년대 베스트'
한 지면의 창간 26주년 특집호에 요청을 받아 '2010년대 영화 베스트 10'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1. <로마>(2018, 알폰소 쿠아론)
2. <레디 플레이어 원>(2018, 스티븐 스필버그)
3. <컨택트>(2016, 드니 빌뇌브)
4. <쓰리 빌보드>(2017, 마틴 맥도나)
5. <다가오는 것들>(2016, 미아 한센뢰베)
6. <라이프 오브 파이>(2012, 이안)
7. <패터슨>(2016, 짐 자무시)
8. <휴고>(2011, 마틴 스코세이지)
9. <작은 아씨들>(2019, 그레타 거윅)
10. <스타 이즈 본>(2018, 브래들리 쿠퍼)
나름대로 생각하는 작품의 중요도 등에 따라 순번을 붙이기는 했으나 이는 물론 영화간의 우열을 가리기 위함은 아니고 각각의 영화들 하나하나 너무 너무 너어무 다 좋아하는 것이고요,,,,
3. 정말 특별한 영화
제대로 그리고 사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영화 한 편을 고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확실한 기준으로 꼽아보았습니다.
1)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2) 제일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는 영화
3) 관람 전후의 삶이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영화
는 바로, 2018년 3월 국내 개봉했고 위 리스트에도 포함한 <레디 플레이어 원>입니다. (약간의 진지한 리뷰와 분량 주의) 말하자면 주변에서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는 사실은 다 알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ㅋ.ㅋ 극장에서만 개봉 당시 여덟 번을 관람했습니다.
A. 덕질에 관하여
<레디 플레이어 원>은 동명의 소설(재밌게 본 작품이기는 하나, 그렇게 잘 쓴 소설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영화만 보셔도 충분합니다!)을 원작으로 하여, '2045년 미국 오하이오 주'를 배경으로 하여 식량 문제와 에너지 위기 등으로 인해 게임과 VR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한 가상 현실 세계 'OASIS'가 현실 삶의 거의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된 미래를 다룬 SF 영화입니다. 식사나 용변, 수면을 제외하면 모든 인간관계, 비즈니스 등이 가상 현실 플랫폼에서 일어나게 된 세계의 명암을 다루면서도 (원작이 그러한 것처럼)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향한 순수한 애정과 덕질이, 그리고 그것을 공동의 타인들과 향유하는 일이 주는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 대해 여러 편의 글을 썼지만,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순수히 좋아한 자들의 취향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썼던 리뷰에서 한 이야기들을 조금 가져와볼까 합니다.
(...)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나와 그 사람의 어떤 다름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서로의 유사점 내지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같은 관심사를 함께 공유하고 좋아하는 일, 그건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한 세 개의 열쇠를 웨이드와 하이파이브 일행이 획득해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할리데이의 방대한 취향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고, 오아시스의 실권을 쥐게 되는 하이파이브는 사실상 덕질로 똘똘 뭉친 '취향 공동체'나 다름없다. 세상과 대화할 줄 몰랐던 할리데이는 죽을 때까지 외롭게 살았지만,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른 누군가가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스터에그를 심어놓게 된 것은 아닐까. 나의 관심사를 타인이 알고 좋아해주는 일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오지만은 않는 귀한 일이니까. (...) (2018.05.16.)
영화에 등장하는 'OASIS'라는 세계의 기반이 대중문화(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 등)를 향한 개발자의 애정과 취향이고 영화의 주된 플롯이 그 세계를 파괴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맞서 세계를 지키는 일, 그리고 그 세계를 지키는 해답이 기계적인 암기나 풀이가 아닌 순수한 '덕질'의 행위와 마음 자체에서 비롯하다 보니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해 중요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은 리뷰의 제목처럼 취향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서 나옵니다. 위 글을 쓰고 난 얼마 뒤에는 또 이렇게도 적었습니다.
(...) 전에는 이 영화를 일컬어 "덕질이 세상을 구한다!"라고 요약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저 이렇게 말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신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그게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마음이며,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까닭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영화가 아닌 무엇이든. 당신도 그 애정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9.03.11.)
B. '극장'에 관하여
실은 앞의 이야기보다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주로 영화라는 매체를 애호하는 입장에서)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함의에 대한 것입니다.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9년 한 영화 시상식에서 아래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발언 전체의 요지는 전통적인 의미의 '극장 영화'와 필름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넷플릭스 영화 등 극장을 염두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아카데미 시상식 등 전통의 영화 시상식에서 주류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기도 하지만, 아래 인용한 부분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일이 극장이 아닌 집 등 일상의 공간에서 보는 일과 같은 경험이 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I love television, I love the opportunity. Some of the greatest writing being done today is for television, some of the best directing for television, some of the best performances are on television today. The sound is better in homes more than it ever has been in history but there’s nothing like going to a big dark theatre with people you’ve never met before and having the experience wash over you. That’s something we all truly believe in.”
-Steven Spielberg, 2019.02.16. CAS Awards 에서
아무리 음향이나 영상 기술이 좋아지고 집에서 극장과 비슷한 수준의 그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극장은 일상을 벗어나 약속된 시간(상영시간) 동안 비일상의 공간(크고 어두운 상영관)에서,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들(관객)과, 경험해본 적 없는 영화 속 세계를 체험하는 곳이고 일상의 공간에서는 바로 그 몰입과 체험이 가능할 수 없다는 맥락을 담은 말인데, <레디 플레이어 원>의 많은 요소들은 [영화 속 현실 세계와 영화 속 가상 현실 세계]의 관계를 통해 [영화 밖 일상의 공간과 영화 밖 비일상의 공간]의 관계를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적었어요.
(...)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현실의 어두운 모습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가상현실과 SF를 앞세워) 이 세계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을 대중문화이자 엔터테인먼트의 형태를 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엔터테인먼트는 집이 아니라 극장을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현실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밥을 먹을 수 없는 가상현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를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SF를 통해, 그리고 대중문화를 통해 느껴왔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곳은 항상 극장이었다.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경험’에 관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극장의 존재는 극장 밖의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꿈꾸게 만든다. (2019.07.30.)
'레디, 플레이어 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영화 시작 직후, 제작사와 배급사 등의 엠블럼이 지나가는 처음입니다. 그 순간에는 게임을 할 때로 표현하자면 '레디'를 누르고 특정한 에피소드나 스테이지 등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됩니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 세계를 마침내 다 만나고 나면, 보이지 않는 순간에, 다 표현하고 헤아릴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 영화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삶 사이에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경험을 하고 나면 우리는 그것을 만나기 이전으로는 삶을 되돌릴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이 영화는 쿠팡플레이,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 등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나름 줄인다고 줄였는데,,, 한 영화에 대해서도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벌써 이만큼을 적었습니다 @_@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챌린지를 마련해주신 소곡집과 헤아릴규에 또 한 번 감사를 담아보며,,, 또 다른 이야기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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