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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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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야기일수록 쉽고 단일한 정답 같은 건 주지 않는다. 스토리텔러의 역할은 오직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치열하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거나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하며 이야기를 확장할 때 돈이나 시간, 효율, 기능 같은 것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쉽게 분류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타인이 가진 고유한 맥락과 차이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장이 7년에 걸쳐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 그 기대를 충족했는지는 받아들이는 각자의 몫이겠다. 다만 대답하는 대신 물음을 주는 것이 원작을 쓴 요시노 겐자부로가 하려던 일이었을 것이고,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나 우리에게 도착한 애니메이션 역시 정확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풍요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드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없지만 나날이 여러 사람의 뜻이 모여 거기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고 그건 어떤 세계를 택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겠다는 말을.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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