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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이야기는 원작이 된 영화 <청설>(2009)에 대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로 넘어오면서 생겨난 차이는 단지 주인공의 이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의상과 주변 풍경 등 계절감을 주는 미장센이 더해졌다는 점이 있다. 원작에서와 언니-동생 사이의 관계가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원작에서는 언니가 수영선수였지만 한국판에서는 동생이 수영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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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던, 오직 동생 가을이 올림픽에 나가는 걸 보는 게 꿈이라던 여름은 용준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리고 작중 중후반부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통해 누군가의 가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취업을 앞두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용준도, 수영을 포기한 적 없었지만 언니와 같은 가족과 주변인의 시선을 늘 의식해 왔던 가을도 마치 계절이 흘러가듯 그에 상응하는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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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재한 진상 학부모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정도를 제외하면 <청설>은 청각장애라는 소재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려 애쓰지는 않는다. 그보다 중요하게 다가오는 점은 원작이 국내에 한차례 재개봉했던 2018년에도 그랬지만 지금 더 귀해진, 이토록 청아하고 무해한 로맨스가 극장가를 찾아왔다는 점 자체인 것 같다. 쌀쌀한 환절기 기분 좋은 여운과 포근한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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