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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끄적

한때 소중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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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다가오지 않은 해의 일기장을 미리 사 거기 표지를 달고 부제를 적듯 내일에 얼마간 사로잡혀 있었다. 혼자의 내일은 어떨지 또 누구인가와 함께인 내일은 어떨지 달력을 들여다 보며 도래하지도 않은 날짜들을 생각하느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앞으로 내게 아주 특별한 것이 될 거야, 라고 주문처럼 되뇌느라. 단지 소중한 것들 중 하나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소중했던 것. 여전히도 내게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일. 스스로에게 오늘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였던 곳은 그곳이 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다만 한때였을 수도 있다. 이미 짧은 가을이 그래서 더 짧았다. 이미 긴 겨울이 그래서 더 긴 겨울이 될 것이다. 그래도 책이 있어 영화가 있어 음악이 있어주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 있고 언제까지나 소중하리라 함부로 기대어볼 만한 것들이 있다. 곁에 남아 있는 것의 존재. 계절이 또 바뀐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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