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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영화 '끝, 새로운 시작'의 해설을 맡은 김동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보다 사실 더 많이 안 오실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요 주말 오후 시간 이 영화를 선택해주셔서, 그리고 이 GV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최대 약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여러분들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조금 더 풍분하게 만드는 게 보탬을 주기 위한 여러가지 설명들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저를 처음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드리자면 저는 영화 홍보마케팅과 배급업에 종사를 했던 적이 있고, 제 개인 채널과 지면, 온라인에 12년째 글을 쓰면서 영화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모임이나 행사, 글쓰기 강의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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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러분들이 보신 영화 <끝, 새로운 시작>에 대해 제가 설명드리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 영화를 바라보거나 해석하는 한 가지 정답이 아니라, 여러분들도 보시면서 여러가지 기억에 남으셨던 것들이나 맴도는 감상 또는 의문들이 있으실 텐데 거기에 대해서 참고적인 선택지 하나를 드리는 그런 가이드 역할로 헤아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영화의 제작 과정 및 주요 뒷 이야기들에 대한 것을 말씀드리고 이어서 주요 장면들을 돌이켜보면서 영화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제가 생각했을 때 어떤 점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확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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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씀드릴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입니다. 메건 헌터라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데요, 2017년에 쓴, 'The End We Start From'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영화의 원작인데요. 소설과 영화가 국내에 출간 및 개봉한 제목도 동일합니다. 이 제목에 대해서는 책의 서두에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시인이죠, T. S. 엘리엇의 네 편의 연작시 '사중주'의 일부가 인용되는 것에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시작이란 곧 끝이며 끝이란 새로운 시작이다. 끝에서 우리는 처음 시작했다."라는 문장인데요, 여러 신화적인 테마에서 많이 영감을 받은 소설로 작가가 밝히고 있고 실제로 중간중간에 여러 인용문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이 메건 헌터는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에 속합니다. 1984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소설로서는 데뷔작인 바로 이 소설이 지금 보신 영화로 각색이 된 것인데요, 베네딕트 컴버배치 센트럴이라는 팬 사이트에 따르면 메건 헌터가 바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아내인 소피 헌터의 동생이어서 - 어디서는 동생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시누이라고 하는데요 - 그래서 이 소설이 출간도 되기 전에 이미 영화화를 위한 판권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설립한 제작사 써니마치에서 구매했다는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혈연 관계 때문에 영화화를 해준 건 아닐 것이고, 베네딕트에 따르면 실제로 런던에서 도로가 끊기고 축구장 땅이 꺼질 만큼의 폭우가 내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굉장히 현실적인, 그러면서도 기후 위기와 재난을 다루는 묘사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여러분들이 보시는 영화들 중에 배우가 직접 나서서 판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도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판권을 사서 클로이 자오에게 연출을 맡겼고요, 넷플릭스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도 주연인 줄리아 로버츠가 소설의 판권을 통해 제작자로 참여했고 데이빗 핀처 영화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주연인 브래드 피트가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시 이 영화 이전에 <모리타니안>이나 <커런트 워> 같은 영화들의 제작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

우리가 시작하는 끝(The End We Start From)
"시작이란 곧 끝이며 끝이란 새로운 시작이다. 끝에서 우리는 처음 시작했다."
-T.S. 엘리엇, 「네 개의 사중주」
Or say the the end precedes the beginning, And the end and the beginning were always there Before the beginning and after the end, And all is always now.
-소설 - 독자가 주인공의 경험과 내면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하기 위하여 대화가 부재한 서술 방식을 택함. 대화는 삶에서 주변적인 요소로, 홍수와 같은 극적인 사건 앞에서 말은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강조
-마할리아가 탐구하고 싶어했던 핵심 경험은 부모가 되어 자아의 느낌을 차지하는 감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되면, 잠시 다른 사람이 되도록 강요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게 됩니다. 여기에 재앙이 겹치면 압도적일 수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이 영화는 자아로 돌아가는 여정을 바라봅니다.
-며칠이 몇 달로 바뀌면서 주인공의 아이 Z는 격변하는 세상의 배경 속에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희소성, 위험, 불확실성의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Z의 이정표, 첫 미소, 첫 걸음, 첫 단어는 주인공에게 희망의 등대와 정상성의 닻이 됩니다. 아무것도 영구적이거나 안전하지 않아 보이는 세상에서 Z의 성장은 삶의 지속성과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도 갱신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소설 도입부
-이제 아기를 낳을 것 같다. 나로선 상상조차 못 하던 일이다. R은 산으로 갔다.
-내가 문자를 보내니 R은 자기 친구 S를 보내서 나를 돌보게 하고, 산길을 급히 내려온다.
-S는 겁에 질려서 J를 데려왔다.
-J도 겁에 질려서 맥주를 가져왔다.
-두 사람이 거실 한구석에서 나를 바라본다. 마치 예측할 수 없는 동물, 덩치는 산만 하고 배는 펑퍼짐하며 두 눈에는 의심이 가득한 고릴라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다 바나나를 건네곤 한다.
-메건 헌터, 『끝, 새로운 시작』, 김옥수 옮김, 청송재, 2022, 15쪽
I
1. 여자와 R의 집이 물에 잠기기 전 상황, 폭우로 집에 물이 차기 시작하고 때마침 진통이 찾아온다.
2. 집이 물에 잠기는 것과 동시에 장면이 바뀌어 아이가 태어나고, 부부는 아이 이름을 젭(Zeb)이라 짓는다. 병원도 대 명령이 떨어지자 부부는 시골 R의 부모 집에서 한동안 지내게 된다.
II
3. 식량이 떨어지고 R의 부모가 차례로 사망한 뒤, R와 떨어진 채 26번 보호소에서 지내는 여자, 보호소에서 지내던 O와 가까워진다.
4. 보호소도 약탈 당해 여자와 O는 보호소를 떠나 떠돌던 중 AB와 하루를 보내고, 코뮌에서 지낸 적이 있으나 다시 가족이 있던 도시로 돌아갈 거라는 AB의 이야기를 듣는다.
III
5. 여자와 O는 북쪽 부두에서 배를 기다려 코뮌 주인 F를 만나 섬에 도달한다.
6. 런던을 삼킨 폭풍우가 멎었다는 소식과 함께 여자는 런던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성장한 젭과 함께 돌아간 집을 정리하다가 돌아온 R과 재회한다.
영화의 러닝타임 순서대로 주요 장면별 복기하면서 이야기의 구조를 함께 살펴보기
1 욕조 안 시점에서 물이 점점 차오르는 오프닝
-사소하게는 캠핑카를 샀더라면 이후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어쩌면 태어나기 전 아이(젭)의 시점일지도
2+3 주방으로 향하는 여자, 아마도 연일 비가 쏟아지고 정전이 되거나 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 과일을 꺼내 먹으며 식탁에 앉아 있는 여자
4+5 때마침 진통이 시작되는 듯하고, 계속된 비에 집 안에도 물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6+7 문 틈을 막아보지만 물은 집 안으로 계속 들어오고 진통은 점차 심해진다
8+9+10+11 물이 넘쳐 집을 완전히 덮치고, 점프컷으로 장면을 건너뛰어 여자는 병원에서 출산을 한다
12 출산 후 아기를 안은 채 잠시의 평화가 찾아온다
13 아기 이름을 빨리 지으라는 이야기가 작중 상황을 보여준다
(...)






영화 '끝, 새로운 시작'(2023) 리뷰 - 재난이 휩쓸어도 무너지지 않는 단 하나
https://brunch.co.kr/@cosmos-j/1682
재난이 휩쓸어도 무너지지 않는 단 하나
영화 '끝, 새로운 시작'(2023) 리뷰 | 영화가 시작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출산을 앞둔 여자의 집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런던에 며칠째 계속되는 폭우. 사람들은 이미 만일을 대비해 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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