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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용기 자체가 영화 완성의 동력이 된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 리뷰 여러모로 작년 초 국내 개봉한 영화 (2022)와 겹쳐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2024)은 제목이 지시하는 강력한 은유를 후반부에 숨긴 채, 정치적 함의를 담은 사회고발 드라마이자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불안을 담은 스릴러로서 중반까지 훌륭하게 기능한다. 그러나 중후반부 급변하는 장르와 중심인물 축이 그 연출 의도에 있어 납득 가능한 동시에 '이만'의 과거 등 일부 묘사에 있어서 불충분한 면도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상영시간이 167분인 것에 비하면 3막에 해당되는 후반부가 특히 길다는 인상을 주고 서사 자체가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그렇지만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시위(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에서는 물론 자신이 만났던 조사관들과의 대화와 감옥에서의 .. 더보기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025)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희망은 그 미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다. 우리 선한 본성으로부터." 지난 모든 선택들의 결과로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처럼, 영화 안에서도 밖에서도 30년 전 바로 그 '선택'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에단 헌트의 선택들은 마치 수백 만 명의 목숨과 자신의 소중한 것을 맞바꾸는 도박처럼 오해받아오기도 했지만 실상은 작중 여러 인물들에게서 반복 발화되는 대사처럼, 소중한 사람(들)만이 아닌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도 가 닿는 것이었던 것. 사익과 사욕을 추구하는 빌런들이 섣불리 "그렇게 정해져 있어(It is written)"를 외치는 동안 에단 헌트는 명령을 거부하듯 그 말을 거부한 채 정말로 그리 쓰인 게 맞는지 달려가서 한 번 더 보고 자신의 의지로 고쳐 쓴다. 운명.. 더보기
지인에게 공유받은 김승일 시인의 글 메모 “어쨌든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문장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구태여 말을 만들어내려고 하기보단 집요하게 기억을 탐구해보는 편이 낫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했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던 그 시공간을, 너무나도 복합적인 감정을, 구구절절이 설명하기보다는 그저 기록하여 건네주고자 했다. 특별한 공간의 가장 좋은 점은, 그 복합성에 있다. 어떤 공간은 밉기도 하고, 따뜻하면서 동시에 춥기도 하다.…우리가 어떤 공간에 함께 있었는지 환기하기만 해도, 그리고 내게 어떤 공간이 가장 특별하게 기억되는지 밝히기만 해도, 혹시 너도 그런지, 묻기만 해도. 우리는 언어를 통해, 언어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떤 감정으로도 특정되지 않는다. 특정되지 않는 것은 풀리지 .. 더보기
영화 '콘클라베'(2024) 리뷰 외부와 통신이 제한된 환경에서 (2024) 속 추기경들과 수녀들은 단지 활동의 범위만 한정받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환경에 놓인다. 당연한 말 같지만 교황 선출의 요건(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의 투표 획득)을 갖춘 투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며칠이고 몇 번이고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뽑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건은 분명 인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선호하거나 혹은 선출되어야 한다고 믿는 후보가 뽑힐 때까지 그에게 투표하기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이유를 고려해 최선 혹은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줘서 3분의 2 이상 득표 요건을 충족하도록 할 것인가.⠀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스스로의 신앙심에도 내내 의문을 던지면서 오직 고위 성직자에게 걸맞.. 더보기
영화 '썬더볼츠*'(2025) 리뷰 (2025)는 이제는 거의 정형화된 '수퍼히어로' 장르의 틀을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깨뜨리는 꽤 신선한 영화였다. 팀-업은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는 방식과 계기로 이루어지지만 날지도 못하는 '썬더볼츠'는 결성(?)부터가 버려지거나 잊히거나 누군가에게 쓸모를 다했던 이들이 소각될 저장소에서 만나 살아남는 과정에서 규합/동거하게 된 이들의 어색한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터널스' 등의 다른 팀과는 궤를 달리한다. ⠀ '어벤져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는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제는 1기 어벤져스가 없는 상태에서 각 인물들이 살아갈/나아갈 방향을 잘 찾았다는 점을 납득하게 한다. 살아갈 방향. 그건 시각적으로나 캐릭터 내면에 있어서나 마.. 더보기
어쩌다 공시담당자 생존기 - 그거 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 공시 담당자 업무 커뮤니티(네이버카페 또는 오픈채팅방, 이하 '커뮤니티')에서 질문 글에 답할 때 가장 자주 꺼내는 이야기다. 매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서 '2024 코스닥시장상장관리해설서'와 '2024 기업공시 실무안내'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각 상장기업 담당자에게 보내주고 우리 실무자들은 보통 그걸 '거래소 책자'와 '금감원 책자'라고 부른다. 그 내용은 각 공시 업무 사이트에서 PDF 파일로도 내려받을 수 있다. 각각 500~600쪽 정도 되는데 예시로 조금만 발췌하자면 이런 식이다. (...) [공시 제목]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에 관한 자기자본 대비 100분의 5 이상 금액에 해당하는 취득 또는 처분의 결정이 있을 때 사유 발생 당일까지 신고한다. (이하 추가 설명과 각종 유의사.. 더보기
씨네큐브 광화문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내한 토크 후기 (...) [OTT와 극장의 차이] 극장과 극장 밖의 자명한 차이 중 하나는 극장이 오직 창작자의 의도대로 관객이 영화를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 점을 언급했다. OTT와 달리 극장은 멈추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역시 현장에 자신의 감각을 오롯이 맡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관객 입장에서는 집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조금 불편이 있을지 몰라도 크리에이터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확장되도록 해준다는 것. 가령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집에서 보는 TV 시리즈 등은 시간을 계산해서 일정한 시간마다 특정한 자극이나 스펙터클을 안배한다든지 리듬을 고려하게 되기 쉬운데 어차피 멈추거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장 영화는 창작자가 원하는 스토리.. 더보기
'그것'만으로 전부를 평가하는 건 좀 곤란해 꽤 오래전부터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걸 볼 때. 긴 인터뷰 영상에서 앞뒤 흐름과 맥락을 제외한 특정 발언만 가지고 그 사람(인터뷰어 또는 인터뷰이)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재단하는 일이라든지. 영화에서 특정한 대사나 특정한 신 하나를 두고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의 정치관이라든지 혹은 그 작품 전체를 재단하는 일이라든지.⠀나아가 유튜브 댓글이나 소셜미디어(X, 인스타그램 등)의 여러 게시물을 보다 보면 리뷰나 비평, 평론에 대해 부족한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그것에 대해 전적으로 오인하는 사례들도 많이 눈에 띈다. 가령 평론가가 "대중의 입맛을 만족"시켜야 한다든지(?), 균형 잡힌 평가를 해야 한다든지(??). 대표적으로 관객 혹평이 많은 작품에 대해 어떤 사람이 (당연히 무조건 호평.. 더보기
2019년 8월 5주의 영화 소식 아카이브 1. 뉴욕의 마지막 단관 극장 '파리 극장' 71년 만에 문 닫다 우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소식부터 시작하게 되는군요. 뉴욕 시에 있는 581석 규모의 영화관 '파리 극장'(The Paris Theatre)이 개관 71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 극장의 위치는 센트럴 파크 인근의, 플라자 호텔과 트럼프 타워 사이인데요. 파리 극장은 뉴욕 시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아주 오래된 '아트하우스' 극장의 하나였습니다. 또한 전국 규모의 개봉이 아닌 '제한 개봉' 이후 차차 상영관을 늘려가는 개봉 전략인 'Platform Release'의 시대를 연 극장 중 미국 내에 마지막으로 남은 단관 극장이었다는 특수성 때문에 이 소식은 현지의 극장 애호가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파리 극장에.. 더보기
트레바리, '씀에세이-노트' (2025.01~2025.04 시즌 후기를 남기며) 예전엔 읽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소설가나 시인, 평론가 등 글을 직업으로 다루는 훈련된 이의 글을 우선으로 취사선택해 읽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단순히 좋은 글을 읽는 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로부터 잘 곱씹어 생각하고, 의미를 발견하고, 이면을 헤아리고, 글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거기 사람이 있음을 헤아려야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 계기엔 분명 [씀에세이-노트]가 맨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좋은 것만 읽는 것보다, 기꺼이 시간을 들여 기꺼이 마음을 들여 서로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코멘트해주고 글쓴이의 고민과 노고를 파악하고 보듬어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만 만날 수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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