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3월 18일 영화의 일기 - <악질경찰> 이정범 감독의 신작 (2019)은 아무래도 와 와는 다른 궤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확연히 액션의 화려함보다 주인공 '필호'(이선균)가 어떤 사람이었고 영화 속 사건을 겪으며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데, 그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는 '미나'(전소니)의 캐릭터는 한편으로는 소비적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내 납득하게 된다. 몇 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과 함께, 같은 세월호 사건이 영화의 한 서브플롯으로 등장하거나 혹은 핵심 소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상업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시도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당겨 말하자면 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어두운 .. 더보기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마음을 얻기 위한, 관계의 몸짓과 관계의 총성 (...) 를 여왕 '앤'을 사이에 둔, '애비게일'과 '사라', '사라'와 '애비게일' 사이의 경쟁으로 본다면, 1장부터 8장까지의 '애비게일'과 '사라'를 번갈아 오가는 발화 구성 형태의 타이틀 카드는, 어쩌면 평이하게 비칠 수도 있을, 흔하게 다가올지도 모를 이야기에 긴장을 불어넣고 관객들이 계속 집중해서 다음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장치다. 여왕의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이 되기 위한 '여왕의 여자'들의 싸움이라 칭할 수 있을까.영화의 4장 "큰 문젠 아니에요"(A minor hitch.)의 중요한 대목을, 특히 작품 전체에서 흐름상 중요한 의미를 띠는 대목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앤'과 '애비게일'이 침실을 앞에 두고 춤을 추는 신을 언급하고 싶다. 그 장면의 내.. 더보기
3월 13일 영화의 일기 - <라이프 오브 파이>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저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2014, 마음산책)에서 이안 감독의 영화 (2012)를 가리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은 바 있다. 단지 3D로 개봉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층위를 셋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3D 영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액자 안에 액자가 하나 더 있는 것일 텐데, '파이'(이르판 칸)에게 찾아온 작가(라프 스팰)가 묻는 말은 바로 관객들에게 닿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가 마음에 드십니까?"(So, which story do you prefer?) 는 '파이'의 회상 속으로 들어가, 두 이야기 중 주로 하나를 중점적으로 보여준 뒤, 나머지 하나를 짧게 들려준다. 두 이야기는 어느 하나가 명확히 진실이거나 거짓임을 구분할 수.. 더보기
영화 읽기에 필요한 것 영화 안에서 느끼는 것과영화 바깥으로부터 느끼는 것을잘 구분하기, 혹은 서로를 혼동하지 않기. 더보기
격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봐서 읽는 영화]를 시작하며 [봐서 읽는 영화] vol. 01 장석주 시인은 스스로를 '문장노동자'라고 자신의 책에 소개하곤 합니다. 저 역시 매일 일정량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몸으로 쓰는 일을 놓거나 게을리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시작한 영화일기 역시 매일 일정량 이상을 쓰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쓰다 보니 알게 된 건 그 일기가 쓰이는 노트에 보통의 제 글자 크기로 하루치 칸을 채우면 거의 꼭 500자가 되더라는 건데요. 500자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말하자면 스스로를 조금 더 채찍질하고 싶어 지고, 조금 더 성실하게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영화일기는 매일 작성하긴 하지만 엄격한 마감이 존재하는 글은 아닙니다. 하여, 스스로에게 강제성 있는 마감을 부여하.. 더보기
3월에도 쓴다. "네가 약해질 때, 어디 발 디딜 데 없을 때 너는 시에 매달린다. 사실은 세상에 매달려야 할 일이다."라는 이성복 시인의 문장을 늘 생각한다. 나는 말 대신 문장 뒤로 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해야겠다. 어쩌면 세상 밖의 비바람이, 피바람 같은 일들이 무서워서 안전하고 끝 모르는 영화의 이야기로 숨어드는 것이라고. 무엇인가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어서,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에 꾸준해지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정말이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이 영화 저 영화, 이 책 저 책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 오가야만 한다. 통섭을 잘하는 건 똑똑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난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정말이다. 섣불리 말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처가 될 .. 더보기
마감을 만들자!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을 담는 글은, 자연히 길어질수록 또렷하고 구체적이게 된다고 믿는다. 두 달 정도 써 내려가고 있는 이 영화일기는 그에 비하면 단편적인데, 적어도 내 기준 짧지 않은 글은 2천 자 이상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하루치의 일정량을 계속 채워가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일정 분량 이상의 갖춰진 리뷰를 쓰는 일이 줄었다. 의식적으로 긴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던 차에 무의식 중에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건 '마감'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스스로에게 마감 기한을 부여하기. 지금 쓰는 몇 종류의 글은 그중 딱 하나를 제외하고는 업로드하는 일시가 정해져 있지 않다. 간혹 마음만으로는, 게으른 몸이 그에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지.. 더보기
2월 22일 영화의 일기 - <뉴욕의 연인들>(2011) 저녁의 독서모임에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를 가져온 이가 있어 이야길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내 서가에 있는, 같은 책의 뉴욕 편을 떠올렸고 집에 오는 길에는 무엇이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한 편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제가 'New Year's Eve'인 (2011, 국내 미개봉)은 여러 위치와 환경에서 제각기 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린다. 새해 전야를 맞아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의 풍경을 언급하는 내레이션에서 (2003)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역시 전부 열거하기 힘들 만큼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이 보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한다. 얄팍하고도 익숙한 구조와 전개를 벗어나지 않지만 어쩐지 마음을 조금 들뜨게 하는 위로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에 다시 갈 .. 더보기
쉬운 글만이 좋은 글은 아니다 "충분히 공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풀어서' '간단하게' 말하기를 경계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글쓰기와 말하기는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이다(유사품은 "간단히 정리해주신다면?"이 있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글쓰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글은 역량껏 덤벼들어 읽는 독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꿰는 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역시 필요할 때가 있다."(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쉽게 쓰인 글이 좋은 글이라는 시각에 대해 언제나 온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 더보기
마음산책북클럽 2기 첫 날의 이야기 (2019.02.13.)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그 작가의 목소리로 듣고 그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같이 듣는 자리는 시든 소설이든 언제나 좋은데, 김금희 작가님이 오신 마음산책북클럽 첫 번째 만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책 사인을 받고 선물을 챙겨서는, 마침 행사장소에서 합정역 가는 길에 있는 스타벅스가 열 시 반까지 영업이라 한 시간은 앉아 있다 갈 수 있겠다 하며 들러 숏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음료를 받아 자리를 잡고는 매장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갔는데, 다시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김금희 작가님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사인을 받은 지는 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나 말고도 수십 명의 사인을 더 하셨을 테니 날 알아보신 건 낭독자로 참여했기 때문일 텐데, 그것보다는 합정역 스타벅스라는 그 장소와, 아홉 시 ..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