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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민해져야 한다. 오늘의 만남에서도 우리의 화두는 역시나, 타인이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의 생각을 비아냥 거리는 치들이 주로 지능순, 지능순, 운운하는데 정말 '지능순'인 건, 내 것이 내게 좋은 만큼 다른 것이 다른 사람에게 좋을 수 있다는 바를 아는 일이다. 비록 공감은 마음이 하는 일이지만, 타인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려는 노력은 둔감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예민해지려면, 더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아닌 타자를 더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 무지한 일이다. 그렇게 믿는다. 타인을 알려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 대해서도 깨우치지 못할 것이라고. (2018.06.03) 더보기
영화 '흔적 없는 삶'(2018) 작년에 가지 못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올해에는 꼭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폐막하기 하루 전에서야 가능했다. 사전에 예매를 하지 못했고, 줄거리를 읽어보면서 상영 시간이 알맞은 작품을 현장에서 고른 것이 (2018)이었다. 감독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다 보니, 오늘날의 제니퍼 로렌스를 발굴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2010) 등 주로 여성 주인공의 영화를 쓰고 연출해 온 데브라 그래닉이라는 감독이었다. (으로 그녀는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처럼 역시 원작이 있다.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소설 [My Abandonment]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끝자락에 위치한 광활한 삼림 지역, 포레스트 파크에서 몇 년간을 숨어 지내온 10대 소녀와 그의 아버지. 작은 실수 때문에 삼림.. 더보기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이유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건, 실은 한 번만 보고도 술술 그 영화를 분석해내는 이들이 부러웠기 때문이고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 같은 영화를 그렇게 극장에서 많이 봤던 것도 그래서다. 좋은 것을 더 잘 좋아하고 싶어서. 무작정 반복해서 장면과 대사를 복기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더 많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을 극장에서 여섯 번이나 보고서야, 그걸로 모자라 원작 소설을 두 번 읽고 나서야, 그제서야 영화와 책을 아우르는 글 하나를 더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느리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말보다 글이 앞서고 글을 적을 때면 늘 이게 맞을까 망설이는 사람이라서. (2018.05.16) 더보기
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 삶과 세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 단어를 꾸미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숙고하여 만들어 낸 담백하고 숙연한 사색들. 책에서는 투병, 장애, 불편, 그런 단어들이 드리우는, 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길 법한 비관적인 구석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누리게 된 모든 것을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동생과 함께 명동의 옷 가게를 찾았다가 겪은 일화가 다뤄진다. 문턱이 높아서 자신은 가게 밖에서 (옷을 고르는 동생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목발을 짚은 자신을 구걸하는 거지로 오인해 내쫓으려 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는 "신체 장애는 곧 가난, 고립, 절망, 무지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 더보기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읽고 이야기 하다. 일을 하면서 몇 작품을 같이하며 알게 된 모 수입사 대표님의 제안으로, 대표님의 지인께서 하시는 독서모임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예술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그 질문만으로 숙연해지고 경우에 따라 막막해질 수 있는 과제를 앞에 두고, 경청해주신 분들 덕에 다행히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돌아보면 몇 가지 수확들이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잘 만든 여지를 찾기 힘들지만 무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 (2009)가 있다는 걸 자료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는 점. 소설을 어떻게 영화의 관점으로 풀이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영화의 외면화된 이미지, 소설의 내면화된 언어라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의 다른 접근법에 관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 .. 더보기
북티크 서교점의 영업 종료를 며칠 앞두고 공간(空間)은, 비어 있는 것들의 사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꼭, 사람이 채운다. 3년 전 봄날의 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책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지금은 누나라고 부르는, 어떤 분에 의해 우연히. '북티크'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남구 학동로 105. 나는 낯선 호기심으로 찾았던 논현역 근처의 그곳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여름, 서교동에도 북티크가 생겼다. 그곳이 여는 날에도 나는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새 공간의 시작을 응원했다. 어느 날 '이런 공간이 있다'는 고마운 이야기에 소중한 공간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많은 이들을 새로 만났다. 이제는 스쳐간 이들도 적지 않으나, 지금껏 닿아 있는 고마운 이들도 있다. 어느 날 '.. 더보기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해요?" 누가 물었다. 네, 바꾸고 싶어요. 아니, 적어도 바꾸는 데 도움은 주고 싶어요. 나는 전면에 나서는 행동가는 되지 못한다. 산책은 좋아하지만 이 날씨 좋은 날에도 동네 카페에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 쓰고, 컴컴한 극장 상영관에 앉아 영화에 빠져들 뿐인 사람이다. 그러니 어쩌면 난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대신 나는 이런 이야길 꺼냈다. 더 좋은 영화를 더 많이 보고, 그것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만이 적어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믿는다고. 집 근처 극장에서 심야로 를 볼 때의 일이다. 내 또래로 추정되는 세 명의 남녀가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중 자신의 앞자리에 신발을 벗고 발을 올린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래, 여기가 .. 더보기
다시, 시작하며 시인을 올려다보던 마음처럼, 시인이 세상을 사유하는 시선처럼, 영화에 다녀올 때의 걸음처럼, 그렇게 세상을 살아내어야지.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거기 영화가 있다는 것만으로 여기 오늘은 조금 더 좋아질지도 몰라.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다. (2018.05.26) https://brunch.co.kr/@cosmos-jhttps://instagram.com/cosmos__j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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