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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가족'과 '서치' 단평 어느 가족_세상과 사람을 사려깊게 관찰하고 사색하는 감독의 영화는, 그 자체로 타인에 대해 말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올곧은 태도와 너무 뜨겁지 않은 마음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이야기가 살아있는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의 영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할 때,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 않는 나는 거의 언제나 이런 뜻을 담고 있다. 하나의 세계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 리뷰 전문: (링크) 서치_형식에 끼워맞춰진 이야기가 다행히 그럴싸하고 어느 정도의 감정까지 담아내는 경우. 제한적인 화면과 정보량 탓에 몰입도만큼은 좋은 편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반부의 전복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된 각본처럼 느껴진다. (2018.08.22) 더보기
12년 만에 다시 서울에서 만난, 서로가 서로인 줄도 모르고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영화 가 그 끈의 시작이었고, 그때도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눴을 뿐 지난 게시글을 내려 훑거나 피상적인 신변 정보들을 파지 않았기에 지금껏 몰랐을 것이다. 너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건 취향과 사유의 폭이지, 몇 살에 어디 살고 무슨 일 하는 누구인지는 따져야 할 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지나, 12년 만에 영주가 아닌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우리. 줄 건 또 책 밖에 없고 잘할 수 있는 건 영화 얘기 책 얘기 밖에 없어 오늘도 수줍게 싸인이란 걸 했다는 이야기. 다섯 시간을 훌쩍 채운 월요일 저녁, 각자의 영화와 책, 음악, 여행지, 그게 결국은 사는 얘기. (2018.08.20) 더보기
영화 '더 랍스터'(2015) 사랑은 그 당사자인 두 사람만의 암호다. 어떤 타인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숲에서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를 통할 수 있는 신호들을 만든다. 는 커플이 되기를 강제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폐쇄적인 함께'와 '열린 혼자'라는 두 공간을 설정한 채 이상적이기만 한 것이라고 간주되는 사랑의 개념에 대해 관찰한다. 온전히 사랑의 두 주체만의 행위와 정신이 지켜질 수 없는 사회에서라면, 그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변질된다. 두 사람이 헷갈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두 암호는 "조심해, 위험한 것 같아"와 "세상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해"다. 둘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한편으로 감정의 칼자루는 스스로만이 쥐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는, "We love each other"라 하.. 더보기
영화 '공작' (2018) 본격적인 '흑금성' 작전을 수행하기 앞서 '박석영'에게 '최 실장'은 말했다. 유사시, 즉 그의 정체가 발각될 시 국가와 정부는 '박석영'의 공작 행위를 부인할 것이며 그는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을 내려 행동해야만 할 것. 그리고 '박석영'은 그 순간을 맞이하자, 정말로 자신이 옳다고, 혹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후반에 이르러 '5년 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영화 속 앞선 일들과 그 톤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은 첩보 영화의 틀에 있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총성 없이도 긴장하게 만들고, 아는 역사적 배경도 다시 생각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박석영'과 '리명운' 사이에 만들어지는 기류는 여러 차례 언급되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어떤 에너지를 형성.. 더보기
브런치 무비패스, 네 번째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나 혼자 알게 된 게 아니라 지인을 통해서였다. 그게 벌써 3년 전이고, 첫 번째 '브런치북 프로젝트'도 3년 전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까. '브런치 무비패스' 4기 신청을 하면서 든 마음은 실은 '이번에도 뽑아줄까?' 였다. 다행히, 이번에도 뽑혔다. 적어도 앞으로 6개월, 은 고정적으로 영화를 보고 글을 쓸 수 있게 되겠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수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제 거기에 절반 정도만 이르렀다. 나라는 사람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건 꾸준함 뿐이라고 믿어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믿어보자. 더보기
영화 '인어공주'(2004) 그 어떤 달콤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아득할 만큼 환상적이게 들리는 말이어도, 이 시간은 결국 유한하고 끝을 향해 어디로든 어떻게든 나아가고만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못한다. 다만 할 수 있는 말은, 있을 수 있는 동안 함께이겠다고 소포를 건네주는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른다. 이 순간도 과거가 될지언정, 여기가 현재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사람의 흠결을 그림자라고 여기지 않고 곁에 다가가 빛을 만들어주는 것. 누군가의 생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말은, 그럴 때 가능하다. 한 번 지나간 계절은 다시는 똑같은 계절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그때가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보기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 생각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할 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워했다. 이 그리움 속에서 나는 나를 길러준 이 강산을 사랑하였다. 도시와 마을을 사랑하였고 밤하늘과 골목길을 사랑하였으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다.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이 아니었지만, 오직 저 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 더보기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전에 혼자만의 이름을 지어줬던, 여기서 몇 분 거리의 동네 다른 곳의 길고양이(소니, 공손삼)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다가갈 수도 없는데 너무 섣불리 이름까지 지어버린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간밤에 봤던 한쪽 눈이 불편한 고양이가, 비슷한 시간대에 바로 그 자리에 딱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처음 본 자리 바로 근처에 있었다. 동네이긴 하지만 여기가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은 아니다. 눈이 성치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려 간식과 물과 접시를 챙겨서 다시 찾은 것이었다. 계속 옆에 있으면 안 먹을까 싶어서 아예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는데 물도 줄어 있었고 간식이 담긴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다른 곳에 뒹굴고 있었다. (빈 일회용 접시는 아주 가볍다.) 가방에 츄르 하나가 마침 더 있어서 .. 더보기
영화 '프란시스 하'와, 자기만의 방 공연을 마친 프란시스는, 보러 온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실수처럼 보이는 게 더 마음에 들더라고." 자신의 대답에조차 늘 확신이 없었고 ("Home, I guess", "Dancer, I guess") 당장 먹고 살 형편에 쫓기지만 그저 남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이던 프란시스는 이제,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지금 완전한 최선은 아니어도 스스로 꿈꾸는 미래를 져버리지는 않을 수 있게 된다. 실패와 좌절에서 배우는 내일의 태도, 기약할 수는 없지만 포기해버리지는 않는 마음, 직시한 현실로부터 다시 찾아보는 희망. 여느 좋은 영화가 그렇듯, 역시 진짜 여정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어디서든 내 이름 석 자 믿고 그걸 져버리지 않는 이야기가. (.. 더보기
영화 '쓰리 빌보드'와 함께 읽은 나희덕의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불가능한 대화와 불충분한 대화비에 젖은 창문과 빗물조차 들어올 수 없는 복도우산을 든 손과 들지 않은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과 시인은 함께 읽었다비에 젖은 몇 편의 시를 -나희덕 시 '그들이 읽은 것은'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밀드레드'와 누군가의 차 안에서의 대화다. 두 사람은, 진작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꺼내기도 하고, 상대가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날 주고받았던 말들에 관해 돌이키기도 한다. 아직 '안젤라 헤이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닌 상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깨달았을 것이다.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 말들의 무게를 삶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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