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엘리자 스캔런 주연의 영화 '베이비티스'(2019) 단지 어떤 빛나는 날에. ((2019)에서 '베스' 역을 맡았던) 엘리자 스캔런이 주연한 (2019)는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시한부 삶을 사는 10대 주인공의 로맨스'의 전형을 상당 부분 벗어나는 작품이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몇 개의 단어로 정의될 수 없는 '밀라'의 입체적이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엘리자 스캔런의 연기는 물론이고 연출과 각색, 촬영, 편집, 음악 등의 각 요소들이 알맞게 살려낸다. 동시에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무너져가는 마음, 이를테면 딸이 곧 세상을 떠날 거라는 것을 아는 데에서 오는 마음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런 슬픔을, 그런 고통을, 동시에 그들 가운데 숨어 있는 '오늘도 빛나는 날'('Just Another Diamond Day', 삽입곡인 Vashti Bunyan의 .. 더보기 알지 못하는 사이 내게도 이런 여름이 있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2019) 리뷰 (...) 영화 (2019)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리해보는 중이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박준의 위 시를 떠올렸던 계기부터 써볼까. 여느 시들의 인용이 대체로 그러하겠지만 이 '처서'라는 시도 그 내용 자체보다는 담겨 있는 분위기에 착안했다. 마루에 앉아 저기 널려 있는 옷들을 바라보며 '아 여름이구나' 하고 중얼거려보는 일. 아니면 그 여름에 불던 바람이 따뜻한 바람이었는지 찬 바람이었는지, 습도는 어땠는지 같은 기억들. 여름이라는 계절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에는 이런 것들이 있겠다. 내 경우로 한정하자면 그 계절의 한가운데보다는 다음 계절로 넘어갈 무렵, 그러니까 절기로 따지자면 입추보다는 처서가 더 알맞을 것이다. 은 내게 백로의 무렵에 만난.. 더보기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물음 어제 [써서 보는 영화] 온라인 수업 중 내 영화 취향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영화 한 편만 고르는 것을 제일 못 하는 사람답게 과 와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넓은 범주의 답을 대충 했었다.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한데, 상업 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굳이 다른 범주로 두고 싶어하지 않고 자의적인 판단에서 '좋은 이야기'로 생각되는 작품이라면 그건 좋아하는 영화의 범주에 어김없이 넣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 '좋은 영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기준을 설정하는 건 마치 세상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것들을 단 하나의 명제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아서, 대전제처럼 좋은 영화의 기준을 정의하는 건 언제나 불충분하고 부정확하다. 그러니 내 이야기는 언제나 특수하고 국소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2018)은 대중문화를 향한 .. 더보기 알지 못하는 사이 내게도 이런 여름이 있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2019) 리뷰 (...) 과 같은 영화에 관해 말할 때 중요한 건 서사 자체가 아니라 매 순간 인물, 특히 '옥주' 같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의 흐름이겠다. 떨어져 지내는 엄마와의 일로 동생 '동주'(박승준)와 벌이는 작은 다툼,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지만 돈을 허락해주지 않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 혹은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할아버지 혼자 음악을 틀어둔 채 맥주를 따라놓고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뒤의 마음 같은 것들. 은 '옥주'의 시점으로 이 집에서,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천천히 관찰하고 따라가되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사연을 기계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흔히 아동이 주인공인 영화 속 어른의 전형 같은 것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아이가 원하거나 바라는 무언가의 대척.. 더보기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 영화 '테넷'(2020)에 관하여 (리뷰라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의 끼적임) 결국 한없이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네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속절없이 앉아 1초에 24 프레임의 죽음을 바라보는 일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 자체보다는 그들이 속해 있는 서사와 그것이 만들어지는 구조 자체가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언제나 비선형적 서사가 추구해볼 수 있는 극한의 구조적 복잡성이나 서술 트릭을 통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냈는데, (2020)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인류의 생존이 시간과 공간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 달려 있는 세상에서, 일어날 일이 예정대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인물들은 그것에 대해 한 번 더 물어보고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달려 나간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쓴다. 150분의 상영시간 안.. 더보기 당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언제인가요?: 영화 '카페 벨에포크'(2019) 리뷰 (...) "진짜 과거로 온 것 같네요." 말하자면 의 시간여행이라 함은 고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빅토르'가 자신이 원하는 1974년 그날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날을 구성하는 모든 세부를 '앙투안'에게 다 들려주어야 한다. 옷은 어떤 색과 재질이었고 날씨는 어땠으며 카페 점원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첫사랑은 옆자리 손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기억력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때가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보아야만 한다. 유머러스한 전개와 소재 자체의 신선함이 주는 힘을 기반으로 는 관객 각자에게 있을 '그때'를 돌아보거나 추억해보게 만든다. 만약 이 영화의 시간여행이 에서처럼 진짜 헤밍웨.. 더보기 다시 만난 봄의 라라랜드 "낭만적이라는 말을 왜 나쁜 말처럼 해?"라고 막을 열었던 영화는. 네 개의 계절을 지나 이 '꿈꾸는 바보들과 부서진 가슴들과 망가진 삶들'을 위한 이야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야기였나를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는 말에 이르러 진정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 말의 원문은 "I guess we're just gonna have to wait and see."다. 기다리고 바라보기만 해야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는 경우도 있다는 말일까.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야기는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구나. 다른 질감과 다른 비율로 찍힌 가상의 장면들. 어떤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서 그걸 바라는 것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게 삶을 조금도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경우..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