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썸네일형 리스트형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2021), 웨스 앤더슨 이야기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청자이자 독자가 될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 한다. 빠뜨린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두고 온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 끊임없이. 모든 아름다움에는 겉에서 헤아릴 길 없는 아득한 깊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야기꾼 중 어떤 이들은 그 세계를 눈앞에서 활자의 기억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알고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과 믿는 것들과 지나온 것들 모두가 거기 담겨 있는데, 시작은 단지 하나의 소풍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책갈피를 어디다 꽂아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마음만이 아는 것을 글자로 되살리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성복, 『무한화서』)으로,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다만 되풀이될 따.. 더보기 극한의 내전 상황 속 생존과 탈출 실화극: 영화 ‘모가디슈’(2021) 리뷰 (...) 영화에서 이러한 배경은 국제 정체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적극 다루는 데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뒤에서 말할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탈출극을 그려내기 위한 글자 그대로의 배경, 백그라운드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아가 당시 모가디슈를 중심으로 한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상황 또한 어느 정도는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듯한데 아마도 상업 영화로서 캐릭터와 이야기의 여러 요소들을 안배하기 위한 것으로 납득할 만하다. 또 하나의 배경은 모로코 현지 로케이션에서 만들어진 프로덕션 자체다. 촬영의 편의나 효과를 위한 인공조명을 최대한 배제한 채로, 장면에 따라서는 촛불 하나에만 의지해야 하는 영화 속 상황들. 그리고 아프리카 특유의 풍광과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모습을 스크린에 살려내기 위한 생활.. 더보기 영화 '모가디슈'(2021) 1. 무난하고 안전해 보이는 기획이지만 모로코(소말리아 모가디슈가 배경이나 여러 여건상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모두 진행했다) 현지에서 1990년 전후 모가디슈를 재현하는 훌륭한 프로덕션, 무장하지 않은 채로도 긴장감과 리액션만으로도 능히 채워지는 충실한 액션 신들, 그리고 한 발 물러나서도 건조하지 않을 수 있는 알맞은 정도의 관객과 캐릭터 사이 거리, 정치적 메시지를 주입하려 들지 않아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좋은 각본까지. 초기작들은 물론 부터 까지 아우르는 류승완 감독의 장점과 특색이 훌륭하게 모였다. 결국 영화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과 태도의 산물이라고 (2021)는 이른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1/10 수준에 불과한 제작비로도 증명한다. 여러 직, 간접적 레퍼런스들이 있지만 내게 가.. 더보기 영화 '블랙 위도우'(2020) 스스로의 결정을, 서사를, 가족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을 되찾기까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어벤져스 일원이기 이전에 나타샤 로마노프였던 이에게 이름을 되돌려주었다. 드라마에 충실하면서 액션도 결코 소홀하지 않은, 어떤 연출자와 작가로도 평균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MCU 인피니티 사가의 또 한 번의 마무리. 거기에 쉬울 뿐 아니라 설득력까지 갖춘 마땅한 메시지까지. (2020)는 1년도 넘게 기다려왔던 만큼의 충분한 보상을 주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다. 더보기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2' 데드풀과 닉 퓨리의 화끈한 구강액션이 돌아왔습니다. 짠내폭발 라이언 레이놀즈와 Mother *ucker 형님의 케미가 정말 기대됩니다. 일단 이 영화는 1편이 아예 (1992)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내놓기도 했었죠,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출연했던 영화죠. 보통 이렇게 코미디 성격이 강한 액션 영화들은 외적인 면에서부터 그 유머 감각이나 재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은 영화 오프닝 크레딧에 쥬스 뉴턴의 1981년 곡 ‘Angel of the Morning’이 쓰이기도 했고 도 예고편부터 선곡이 기억에 남았는데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노래나 의외의 선곡이 그 자체로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장르적 틀을 깨는 역할도 하는 것 같고요. 이번에 나오게 된 속편도 제작 확정 단계부터 저는 제목이 .. 더보기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더 포스트’(2017)에 관한 기록 (…) ‘더 포스트’라는 영화의 제목은 라는 매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단어로서 ‘Post’는 ‘우편’이기도 하고 ‘지위, 맡은 자리’이기도 하다. ‘기둥’이기도 하고 ‘게시물’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 의 뒤’라는 접두사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메릴 스트립은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소감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도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면 그건 우리 모두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흔히 ‘역사가 반복된다’라고 말할 때 그 배경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내포되어 있다. 완전하다면야 실수도 실패도 하지 않겠지만, 한다고 해도 그로부터의 성찰과 분석을 통해 같은 것.. 더보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라스트 레터' 원고를 쓰느라 영화 속 ‘편지’에 대해 돌이켜 생각했다. 수신인을 잃은 편지는 어디로 가게 되나. 그 자리가 어디이고 누구인지를 말해보고 싶었다. 받는 이가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가 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이들의 서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이고 읽힌다. ‘쿄시로’가 ‘미사키’ 생각에만 갇혀서 다음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자 ‘유리’는 언니 이야길 계속 써 보라고 말해준다. 언니인 척하면서 편지 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마치 언니 인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그러니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그리워한다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지 않겠냐고. ‘영호’가 우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쿄시로’가 소설 쓰는 사람이 된 건 그러니까 편지의 연장선이다... 더보기 김동진의 말 02 -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_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I’ll see you down the road.) [영화 (Nomadland, 2020), 클로이 자오] ⠀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을 빼놓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다. 그래서 우리는 몰입하고, 그래서 우리는 집중하며, 또 우리는 메모를 하며 영화가 끝난 뒤의 잔영을 생각하고 느끼고 떠올린다. 섣불리 ‘우리’라고 칭하는 일에는 기록하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생의 어떤 순간을 붙잡아놓고자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마음이 있다. ⠀ 또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순간을 빼놓지 않고 기억해두`는 일이 결코 온전히 가능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몇 번을 되풀이해서 본 영화도, 그것의 모든 컷(Cut)과 신(Scene)을 처.. 더보기 '노매드랜드' - 내 4월의 영화 4월에도 신작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었지만, 영화 한 편을 골라야만 한다면 내게는 확실하게 (2020)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나 팝콘각 유튜브 등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해 많이 언급해왔으니 여기선 줄여야겠지만, "기억만 하느라 인생을 다 허비한 것 같다"라는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말과, 거기에 대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고 화답해주는 '밥 웰스'의 말에 오늘도 어떤 위안을 얻었다. 분명 중요했고 각별했으나 일순간 잊고 지냈던 어떤 영화의 잔영들도, 언젠가 내게 다시 (그때와는 같지 않은 의미로) 도착해 있을 거라는 일말의 믿음 같은 것. 휘발되지 않기 위해 글을 쓰지만 어떤 것들은 지나가고 사라져 간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의미로는 흘러가는 삶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겠다고. 오늘은.. 더보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억지로 말하지 않는 일: 영화 '비밀의 정원'(2019) 리뷰 (...) 에서 과거를 둘러싼 대화의 주체가 '정원'과 '상우'만은 아니다. 염혜란과 유재명이 연기한 이모와 이모부는 물론, '정원'의 동생인 '소희'(정다은), 엄마 '은숙'(오민애) 등에 이르기까지. 은 숲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여러 인물들의 감정과 그들 사이의 시선, 침묵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정되었던 영화 은 박선주 감독의 첫 번째 장편이다. 대단한 사건이나 복잡한 플롯이 아니어도 인물의 내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 연출과 각본, 연기를 만나고 나면 끄덕이게 된다.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좋은 역할을 맡..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