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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기 전 우산을 뒤집을 듯 비가 쏟아지더니 지하철역에 다다르니 비를 맞고 걸어도 될 만큼 잦아드는 일
길을 가다 눈이 따끔한 느낌이 들어 닦아내고 보니 검은 눈물이 흐른 것처럼 날파리 하나가 부딪혀 죽어 있는 일
길게 줄을 서서 받는 어떤 경품이 딱 내 앞에서 소진되는 일
새로 꺼낸 신발이 맞지 않아 뒤꿈치가 벌게져서는 밴드를 붙였는데 붙인 자리 바로 위가 까지는 일
종이책을 샀다는 걸 잊어버리고 같은 책의 전자책을 또 구입하고는 그걸 다 읽고서야 종이책의 존재를 깨닫는 일
그런 일들은 예고가 없으므로 그런 일일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날은 단지 어느 날이다
어떤 일을 그저 어느 일로 생각할 수 있으려면 그것들에 마음의 기척을 두지 말아야 하겠다
집 앞에 누가 버린 곰인형에 처음에는 무슨 사연일까 마음이 쓰이다가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니 무감해지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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