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극장 밖에서

알지 못하는 사이 내게도 이런 여름이 있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2019) 리뷰

728x90
반응형

(...)

​<남매의 여름밤>과 같은 영화에 관해 말할 때 중요한 건 서사 자체가 아니라 매 순간 인물, 특히 '옥주' 같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의 흐름이겠다. 떨어져 지내는 엄마와의 일로 동생 '동주'(박승준)와 벌이는 작은 다툼,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지만 돈을 허락해주지 않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 혹은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할아버지 혼자 음악을 틀어둔 채 맥주를 따라놓고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뒤의 마음 같은 것들.

<남매의 여름밤>은 '옥주'의 시점으로 이 집에서, 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천천히 관찰하고 따라가되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사연을 기계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흔히 아동이 주인공인 영화 속 어른의 전형 같은 것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아이가 원하거나 바라는 무언가의 대척점에서 그것을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경우에 따라 적대적이거나 위협적인 모습이 <남매의 여름밤>에는 없다. 가족에게 일어나는 사건이 주인공을 '성장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소비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집과 계절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표현이 알맞을까. <남매의 여름밤>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성장시키는 영화이기보다 그 유년의 한 계절, 수많은 여름 나날 중 나머지 모든 것들과 구별되는 바로 그 여름 하나를, 생생하게 스크린에 되살려놓는 영화이기를 택한다.

​이 어린 남매와 어른 남매의 이야기는 서로 정서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가령 아빠 '병기'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학교에 가야 한다며 저녁 8시 30분에 깨우고는 했던 그 놀림을, 아들 '동주'에게 되풀이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표정으로 그렇게 놀리던 아빠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며 말이다. ​물론 서사적으로도 연결된다. '옥주'와 '병기' 사이에 일어나는 어떤 일은, '병기'(그리고 고모 '미정'(박현영))와 할아버지 사이에 일어나는 어떤 일과 다른 층위에 있는 듯 보이면서도 결국 '옥주'가 어떤 태도를 지닌 인물인지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장치로 다가온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곡 '미련'은 '옥주'가 자전거를 탈 때, 그리고 엔딩에서 각각 다른 버전으로 되풀이되는데 중요한 감정적 순간에만 최소한의 음악 사용을 허락하며 그것마저 차 안 혹은 집 안의 오디오를 통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만 쓰인다.​

(...)

 

brunch.co.kr/@cosmos-j/1110

 

알지 못하는 사이 내게도 이런 여름이 있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2019) 리뷰 | 앞집에 살던 염장이는평소 도장을 파면서 생계를 이어가다사람이 죽어야 집 밖으로 나왔다죽은 사람이 입던 옷들을 가져와지붕에 빨아 너는 것도 그의 일이었�

brunch.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