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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끄적

엘리 굴딩의 첫 내한 공연, Love Ell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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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tell everybody this is your song"('Your Song'에서)


공연의 시작, 정규 앨범 'Delirium'의 1번 트랙 'Intro'가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속으로 탄성을 깊이 지르고 있었다. 자신의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고 또 생동감을 준다. 마이크에서 입을 뗀 순간에도, 그녀는 언제나 말을 하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고 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자신의 모든 것은 바로 여기 있다는 듯이. 그래서 내내 이 좋은 자리에서, 불과 50m 남짓 떨어져 있을 이 가까운 자리에서, 마음까지 쫑긋하며 시간을 붙잡을 수 있었다. 라이브로 자주 부르지는 않는 곡이라며 엘튼 존의 'Your Song'을 불러주던 순간이 나는 가장 행복했는데, 엘튼 존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노래의 아름다움에 대해 칭해볼 수 있는 모든 단어들을 할 수 있다면 여기에 붙이고 싶기 때문이다. 90분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곡 대부분을 들을 수 있어 감격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지만, 신스팝을 사랑할 수 있는 건 분명 엘리 덕분이다. 어떤 장르여도 그녀에게 어울리지만. 이 라이브를 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에서 눈을 맑게 했다면, 오늘 이곳에서는 귀를 씻어낸 기분이었다. 가사 한 대목이 더 생각난다. "When everything's wrong, you make it right"('I Need Your Love'에서)


(2018.09.06)




*

(속닥속닥) 다 좋았지만 뒤에 두 사람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딱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하나 보자 하는 평가질에다 그와중에 Lights랑 Burn 노래 구분조차 못하는 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에드 시런이랑 사귀기 전엔 어땠고 그 뒤론 어떻고 여기서 했던 미카 공연 때는 어땠는데 그땐 자리가 어디까지 차 있었고 샘 스미스는 얼마만에 매진됐는데 따위의 이야기를 여기서 왜 해야 하는지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연속이었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데 저 배우가 어떻고 쟤는 연기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떠드는 수준이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물론 영화관에서야, 기본적으로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민폐지만.) 자리가 6번인지 7번인지조차 모르면서 '아무데나 앉으면 되지 뭐' 따위의 말을 뱉을 땐 뒤도 돌아보기 싫었다. 좋은 콘텐츠와 좋은 엔터테인먼트는 가만히 앉아서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감상자의 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매진이 안 돼서 조금 걱정했는데 엘리 공연도 완벽했지만 관객 호응도 정말 좋았다. 다행이다. 또 왔으면 좋겠다. 엘리 목소리를 노동요 삼아 모임 준비 마저 해야지. 말은 꼭 필요한 게 아니면 가능한 아낄수록 좋다고 믿는다. 가벼운 '말'들이 언어 대신 넘쳐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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