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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2020, 클로이 자오)의 원작자 제시카 브루더가 강조해서 발화하는 단어 중 하나는 '회복력'(Resilience)이다. 나는 이 단어를 정혜윤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2021)에서도 읽었다. 정혜윤은 "생명의 유한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품위다."라고 썼다. (145쪽) 이것이 꼭 생명의 유한함에서만 비롯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떤 것들을 떠나보냈는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나, 또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길 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See you down the road.") 어떤 것들을 나는 영영 떠나보내야만 하고, 더는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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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재생한 어떤 장면들에서 몇 번이고 멈춰 선다. 이것들을 떠올리자면 4월부터 8월까지 다섯 번에 걸친 <노매드랜드>의 극장 관람 경험이, 2021년 내게 있었던 일 전체를 관통하고 만다. 맞이한 것들과 떠나보낸 것들. 2021년은 내게 새로이 정착하게 한 것들도 있지만,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들도 남겼다. '펀'의 이야기를 스스로와 동일시하는 건 비약일까. 작법에 있어서 주제에 있어서 그것들이 지니는 깊이와 섬세함 면에서도, 논픽션과 픽션이 만나는 이보다 아름답고 사려 깊은 방식을 나는 지금껏 만나지 못했다. 올해 나는 결코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내게 기억되었는지 완전히 다 꺼내어 보이지는 못하겠지. 그래서 내게 이 영화보다 더 각별한 올해의 영화는 없다. (2021.12.27.)
2021 번외(관람/감상 시기 순):
<파워 오브 도그>(2021, 제인 캠피온)
<퍼스트 카우>(2019, 켈리 라이카트)
<프렌치 디스패치>(2021, 웨스 앤더슨)
<듄>(2021, 드니 빌뇌브)
<프리 가이>(2021, 숀 레비)
<소울>(2020, 피트 닥터, 캠프 파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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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의 조건을 묻는, 경이로운 시네마
영화 '노매드랜드'(2020) 리뷰 | 프랜시스 맥도먼드 주연/제작(그는 원작의 영화화 판권 구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클로이 자오 연출/각색/편집. 두 사람은 2018년 인디펜던스 스피릿 어워드에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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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273
03화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소중했던 영화가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일 |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I’ll see you down the road.)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2020), 클로이 자오] 지금 보고 있는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을 빼놓지 않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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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예요
영화 '노매드랜드'(2020) 리뷰 |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2020)의 원작이 된 논픽션 『노마드랜드』(원래 제목은 같은 ‘Nomadland'지만 보시다시피 책의 번역 출간명과 영화의 개봉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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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281
그곳은 좌우를 모두 살핀 뒤에야 비로소
영화'노매드랜드'(2020)의 여정이 향하는 방향 | <노매드랜드>(2020)의 후반부 내용이 언급됩니다. 영화 <노매드랜드>(2020)에서 ‘펀’의 시선이 프레임 오른쪽을 향할 때 그의 몸 혹은 그의 ‘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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