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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 마크 웹 시절의 스파이더맨과 MCU 시대의 스파이더맨이 아무리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그건 마찬가진데,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은 일차적으로 소니의 니즈와 마블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졌고 그것의 실현 방안은 십수 년에 걸친 팬층 전반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로 느껴진다. 세계관을 상업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멀티버스'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멀티버스라면 기꺼이 환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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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특정 TV시리즈 캐릭터의 등장과 같이 후속 작품(들)을 위한 노골적 연결점이나 이스터에그처럼 느껴지는 면면이 없지 않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활용과 마블 스튜디오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이걸 예상하긴 어렵지 않았겠다. 그러나 이 대단한 기획자들의 고민과 실행은 차라리 '이 세계 저편 어딘가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근원적인 상상으로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는 자기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달라지게 했을 어떤 사건을 돌아봐야만 했을 테니까. 이 '이야기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일'은 게임이나 소설과 같은 매체로 접할 때보다 그 자체로 시간성에 도전하고 그 자체로 체험에 다가가는 영화 매체일 때 더 강력해진다. 그래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같은 말이나 "애쓰는 중이죠" 같은 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듣는 순간 또다시 새로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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