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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자연이 하는 일이거나 자연의 의지와도 상관없는 재난을 막을 도리라는 건 없다. 우리는 불가항력의 상황까지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슈퍼파워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무탈하거나 평범하거나 안전한 일상을 원할 뿐인데 재난만큼 지역사회 혹은 국가 단위로 많은 사람의 일상을 파괴하는 건 전쟁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진경보가 울린다고 지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다만 책상 밑에 웅크린다거나 건물 밖으로 피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도쿄의 오후를 뒤덮는 미미즈.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 관객들이 이미 본 것처럼 미미즈는 스즈메와 쇼타만 볼 수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는 평범한 일상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관객이 이미 규슈에서부터 '체험'해왔던 것이지만 작중 도쿄의 시민들은 그것을 알 리 없고 래드윔프스의 '東京上空(Sky Over Tokyo)'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장면의 모든 것이 말해주듯 재난은 예고 없이 일상을 잠식한다. 상공을 뒤덮은 미미즈가 지상에 내려앉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딘가에 뒷문이 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토지시'(들) 뿐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소타와 스즈메가 거듭 "돌려드리옵나이다"라고 말할 때 그 돌려드림의 대상은 그곳에 남은 이야기들을 어쩌면 계속해서 발화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다. 태평양 연안에서 도호쿠 지방에 몰아쳤던 쓰나미를 굳이 떠올리거나 공감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도 몇 번의 재난이 있었다. 거기에는 '왜'가 없고 오직 그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다녀올게", 또 누군가에게는 "좀 이따 봐" 같은 말들이 남았을 것이다. 응답하지 못한 수많은 인사들에 대하여 신카이 마코토는 대신 화답을 발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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