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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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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거위를 노래하다>_작품 속에 등장하는, 2년 전 머물렀던 군산의 곳곳을 나는 알고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마을. 여행의 경험을 문득 혹은 불현듯 겹쳐 마주하고 있다 보니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상영시간의 중반을 지나서야 진짜 시작된다. 그때서야 타이틀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여행이 아니라 영화였다는 걸, 그리고 영화이기만 한 게 아니라 스크린 너머 상영관에 앉아 있는 내 삶이라는 걸. 인생의 이야기들이 언제나 그런 것 같아서 말이다. 어디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 채 어느새 시작돼 있는 걸 발견하고, 또 끝나질 않고.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됐어 / 네가 물어보았을 때 나는 /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 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이야기란 그렇다 / 도무지 끝나질 않고 / 매번 시작되기만 하지' (유희경, 「어깨가 넓은 사람 -O로부터」,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에서) 어떤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냐는 물음을 받을 때, 그 정확한 시작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거기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거지. 그렇게 우연하고도 우연하지 않은 일들과 말들의 무심한 집약이, 이렇게 한 편의 영화가 되어 있곤 한다. 연희동에서 시작되는 군산 이야기처럼.


<보헤미안 랩소디>_처음 볼 때나 다시 볼 때나 <보헤미안 랩소디>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존 오트만, 뉴튼 토마스 시겔 등 싱어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스태프들의 이름을 보며 그 생각을 다시 했다. 감독 본인의 일도 있었고 주연 배우가 바뀌었고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가 제작 전면에 참여하기까지 했으니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영화는 어떻게든 그 완성도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결과물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동시에 전체의 구성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는 않아서, 나는 한동안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해서는 생각을 조금 더 해보려 한다. 말하자면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보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어떻게 담을지'가 우선시 된 결과물일 것이라는 바.

이 작품이 주는 감흥이 있다면 그 대부분은 음악 자체에서 나온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와도 내가 혼자일 때, 주저앉아 있을 때, 음악이 어디서든 슬며시 다가와 건네는 말. 멈추지 않고 언제든 계속하는 말. "아직도 누군가는 널 사랑해." 당신은 아직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말에 과연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의 외침에.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_속편(들)을 앞둔 속편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해야 할까. (이를테면 <나를 찾아줘>의 각색을 직접 한 길리언 플린의 경우와 달리)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의 리듬은 다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했고, 다름 아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이니 한편으로 조금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겠다는 얘기. 연출상으로는 크게 흠 잡을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고 기술적인 완성도도 훌륭하니 몇몇 캐릭터만 조금 분량 조절했어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는 훌륭한 속편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 여전히 머글인 나는 전작 8편 블루레이 세트 산 값어치를 하기 위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부터 마저 보겠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2016)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무난히 봐줄 만한 속편이었다는 얘기.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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