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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 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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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IMF 총재가 입국하기 전까지는 모처럼 아주 훌륭한 한국영화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중반 이후 그 감탄이 누그러졌고 아쉬움들이 다가왔으나, 내게는 에필로그에 들어서 다행히 '제 역할은 어느 정도 하는' 영화로 맺어질 수 있었다. 아니, 모든 이야기는 그 순간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몇백 년 전에야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은 지 오래이며 굳이 '헬조선'을 외치지 않더라도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울타리로써의 역할을 극히 희미하게 된 지 오래다.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는 종류의 구호는 구 시대의 것이 된 지 한참이다. 지금, 사람들은 '국민'들의 과소비로 외환 위기가 찾아왔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보다 훨씬 더 정보가 넘쳐나고 또 너무 과도하게 많아서 무엇을 수용해야 할지 알기 힘든, 스스로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시대다. 만듦새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을 차치하고라도, <국가부도의 날>은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대답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의미 있는 영화는 그 자신이 메시지가 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그 영화가 끝나고 나서 관객 각자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게 만든다.

긴 글을 쓰고자 하지만 우선 이만큼만 끼적여놓기로 한다.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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