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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점에 관한 끼적임_'왓챠'나 '키노라이츠' 같은 플랫폼에 기록 용도로 남기는 것 외에는, 글을 쓸 때 평점 혹은 별점을 대부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어떤 영화에 대하여 그 영화의 감상이나 만족도를 '몇 점 짜리 영화'로 단순화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이유겠으며, 점수화 내지는 객관화한다는 것에 관하여 다소간 오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별 다섯 개 대신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죠. 먼저 제가 A라는 영화에 대해 7점을 주었고, B라는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7점을 주었다고 해봅시다. 점수 자체를 보면 같은 수치겠지만 이것이 A와 B 두 영화에 대해 제가 똑같은 수준의 재미 혹은 만족감을 느꼈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단지 A라는 영화에 대한 10점 만점의 7점과, B라는 영화에 대한 10점 만점의 7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점수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각자의 정의나 기준치라 다를 텐데 이것을 동일선상에 놓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있죠.
일반적으로 언론매체나 비평에서 한 영화에 대한 평점을 주는 경우, 10점 만점이라면 7점 이상이면 '추천할 만한' 점수에 해당합니다. 누군가는 10점을 주지 않고 '3점이나' 깎았으니 그 영화가 관객 기준으로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 거라고 이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를 전문가 평점이 7점이니 나는 재밌게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겠죠.
영화에 대해 완전히 객관화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며 일종의 학문화된, 혹은 관례화 된 영화적 지식이나 척도는 있겠지만 그것이 마치 경제학이나 수학 같은 계량 학문에서의 수치처럼 절대적이기란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며, (종종 과학에서도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거나 연구되기도 하지만) 한 영화에 대해 아무리 평가자가 늘어 표본이 쌓인다 해도 모두가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는 영화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죠. 설혹 어떤 영화에 대해 100만 명의 사람이 모두 '만점'을 준다 한들, 그것은 같은 만점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그대로 언어로 끄집어낼 수는 없고, 한 영화에 대해 A라는 사람의 감상과 B라는 사람의 감상은 결코 '똑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똑같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문화란 그런 것이니까. 척도를 계량화 하거나 그것의 경향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와 가치로 향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만 최소한의 참고적인 지표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 바로 평점 혹은 별점이겠지요. 저는 한 영화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일이, 자신이 그 영화에 대해 사전에 기대했던 정도나 만족도가 얼마나 충족되었는지를 매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평점을 가장 쉬운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그걸 평균이라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어떤 영화의 관객 평점이 9.0점이라고 하면 대략 90%의 관객들이 그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혹은 불특정 누군가가 그 영화에 대해 만족할 확률이 90%겠다, 라는 겁니다. 당연히 이는 절대치가 아니며 표본에 따른 편차가 존재하고, 또한 평균이 집단의 성격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참고에 불과할 뿐이겠죠.
모든 감상을 그 존재 자체로 무조건적으로 용인해줄 수 있다고만 생각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영화를 '조금 더' 잘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늘 믿어왔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같은 콘텐츠나 현상을 봐도 그 흐름과 맥락을 고려하여 보는 것과 단면만 보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는 것인데, 한 영화에 대하여 가능한 많은 것을 읽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다만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속해서 글을 쓰거나 감상을 정리하는 등의 행위를 이어나갈 따름이겠습니다. 그런다 한들 절대적인 정답 같은 건 없다는 건 기본적으로 받아들인 채로요. 그러니 우리는 점수가 있을 때 재미 삼아 보거나 가볍게 참고 정도는 하되, 맹신하지는 말자고요. 기준 역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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